[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허용방안 검토에 나서자 면세점 업계가 각 기업마다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 등 각자 얽힌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는 반면 특허 취득에 실패한 업체들과 지난해 말 사업권을 잃은 업체들은 "진입장벽을 낮춰 혜택을 본 업체들이 다시 장벽을 높여달라는 '자사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등 업계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올 상반기 중에 오픈할
신세계(004170)와
두산(000150) 등 신규 사업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말 할 것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상품구성이나 마케팅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질적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추가 출점만 고집하면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난해 신규 면세점 출점에 실패한
현대백화점(069960)은 신규 면세점 업체를 강하게 비판하며 추가 특허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의 신규 출점은 무의미하다"고 밝혔지만 면세사업 진출 가능성이 열리자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 이례적으로 공식입장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적극적으로 면세점 신고제나 추가특허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업체들은 공급과잉과 브랜드 유치 곤란 등을 이유로 추가 허용을 반대하는 자사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면세점 신고제 전환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신규 사업자를 대거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추가 특허 지침이 내려질 경우 누구보다 가장 반길 업체는 올 상반기 중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001740)다.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큰 비용을 들여 리뉴얼을 마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려는 찰나 운영 특허를 잃어 매장 부지의 활용은 물론 막대한 매출 감소와 고용불안까지 수 많은 위기를 앞두고 있다.
아직 두 기업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더 이상의 신규 사업자는 경쟁력이 없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들이 목표의 20%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과 브랜드 유치 난항 등을 겪으며 업계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기업은 추가 특허보다는 기존 면세점 운영 특허의 연장을 바라는 눈치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6일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현행 면세점 허가 특허제도 유지 ▲신규특허 추가 발급 ▲신고·등록제도로의 변경 등 3가지 안을 두고 토론을 펼쳤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참고해 이달 중 새 면세점 제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특허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면세점 업계가 저마다의 입장차를 보이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면세점 사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신규 면세점의 부진한 실적을 꼽으며 '자사 이기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