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정부가 올해 주파수경매 계획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동통신 3사에 부과한 망 구축 의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사업자의 투자 촉진을 위해 망 구축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연차별 신규 기지국 구축 의무를 강화했다. 망 구축 의무가 있는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 대역별 특성이나 기존 투자 현황 등을 고려해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한 망 구축 의무에 따르면 주파수경매에 나올 대역 중 700메가헤르츠(㎒) 40㎒폭, 2.1기가헤르츠(㎓) 20㎒폭, 2.6㎓ 40㎒폭 등 3개 블록은 10만6000개 기지국을 기준으로 1년차에 15%, 2년차 45%, 3년차 55%, 4년차 65%의 망을 구축해야한다. 이들 대역은 이동통신 3사 어디든 확보만 한다면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가능한 곳이다.
나머지 1.8㎓ 20㎒폭, 2.6㎓ 20㎒폭 등 2개 블록은 1년차부터 각각 10%, 25%, 35%, 40%의 비율로 책정됐다. 과거 주파수경매 당시 3년차에 15%, 5년차에 30% 정도였던 망 구축 의무 비율을 고려하면 상당히 기준이 강화된 셈이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주파수경매 계획안을 세우면서 투자 활성화 측면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며 "정보통신기술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파수 공급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안은 주파수의 대역별 특성이나 이동통신 3사의 투자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2.1㎓ 대역에서 모두 LTE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 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가 부과한 망 구축 의무는 새롭게 기지국을 더 세우라는 것이다. 앞서 각사가 LTE 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기지국은 감안하지 않은 셈이다. 이동통신 3사 모두 볼멘 소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2.1㎓ 대역은 일정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망 구축 의무는 부담"이라며 "이미 투자된 설비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LTE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지난해 기준 SK텔레콤의 LTE 가입자 비중은 전체의 66.3%를 기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71.1%, 83%를 나타냈다. 이동통신 3사 가입자 중 새롭게 LTE로 전환활 수요가 평균 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과거 LTE 도입 당시보다 높은 수준의 망 구축 의무를 부과 받은 이동통신 3사는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역별 차등 망 구축 의무는 700㎒ 대역에서 고려할 문제로 꼽힌다. 700㎒는 저주파수 대역으로 전파 도달거리가 길어 넓은 지역을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 주파수 파장 역시 길어 건물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회절성이 높다. 회절성이 높으면 장애물을 돌아 나가며 유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장애물에 그대로 튕겨 나갈 확률이 높다. 따라서 망을 구축함에 있어 저주파 대역은 고주파에 비해 적은 기지국으로도 커버가 가능하다.
아울러 700㎒ 대역은 처음으로 이동통신용으로 나오는 주파수다. 기지국이나 통신 장비를 완전히 새롭게 깔아야한다는 뜻이다. 700㎒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도 없는 상태다. 이와 함께 700㎒ 대역 상향 주파수에 무선마이크와의 간섭 문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일괄적인 망 구축 의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700㎒ 대역은 주파수 특성, 장비나 단말의 에코시스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투자 의무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KT와 알카텔 루슨트 직원이 KT 5G R&D 센터에서 차세대 기지국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사진/KT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