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지난해 9월 A씨는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며칠 뒤 옵션상품(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및 중문)의 계약도 이뤄졌다. 2개월 정도 뒤 A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업자에게 옵션 계약의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미 공사 예산이 확정돼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파트 입주까지는 아직 2년여가 남아 있었다.
앞으로는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함께 계약하는 옵션 상품의 취소가 보다 수월해진다. 정부는 아파트의 옵션 계약에 불공정한 조항을 대폭 개정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대림산업과 삼성물산, GS건설 등 전국 25개 건설업체가 사용하는 '아파트 옵션상품 공급계약서'를 점검하고 '고객의 해제권 제한' 등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시스템에어컨, 빌트인 냉장고 등 아파트 분양과 별도로 계약이 체결되는 상품들이 이 옵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고객의 해제권을 제한하는 조항 ▲위약금을 과다하게 부과하는 조항 ▲위약금 이외에 별도의 원상회복비용을 일괄적으로 부담시키는 조항 ▲옵션 대금 미납시 아파트 입주 자체를 제한하는 조항 등 4개 유형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옵션 상품을 계약한 이후에는 해지할 수 없고, 소비자에게 사정이 생기더라도 계약 체결 이후 1개월이 지나면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조항은 옵션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또 건설사들이 아파트 옵션상품 가격의 10%가 넘는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거나 옵션 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는 조항들도 수정된다.
통상 계약 해지를 할 때 위약금은 10% 정도지만 포스코건설 등 일부 업체들은 위약금을 20%로 규정하는 등 과도한 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소비자는 건설사가 옵션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만 부담하면 되도록 약관이 수정된다. 만약 공사가 시작된 경우는 위약금에 원상회복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옵션 상품과 아파트 계약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옵션 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이유로 아파트 입주 자체를 금지하던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전국 25개 건설업체가 사용하는 '아파트 옵션 상품 공급계약서'의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 내용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