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가 공개됐지만, 늦은 발표시점과 애매한 평가 유보로 인해 불필요한 잡음을 낳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유무를 판별해 경쟁제한적인 요소를 완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KISDI가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하며,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와 함께 정례적으로 공개된다.
이번에 발표된 '2015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부터는 결합상품시장 평가가 별도로 반영됐다. 결합상품시장의 지배력 전이 유무는 방송·통신 시장의 오래된 갈등 요소일뿐 아니라 최근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되면서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이에 KISDI는 지난 2014년, 2013년엔 해당 보고서를 11월 경 홈페이지에 게재했지만, 이번 자료는 재차 발표를 미뤄 왔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발표 결과에 따라 인수합병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지고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합상품에 대한 평가가 처음으로 들어가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SDI는 이번 보고서 서문을 통해 "신규 서비스와 요금제, 결합상품 서비스, 부가통신시장 등에 대해 별도의 설문조사와 연구를 거쳐 지난해 통신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분석했다"며 "동태적 변화 양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분석은 향후 정부가 통신서비스 경쟁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결합상품 시장의 지배력 전이 여부는 명확하게 결론지어지지 않았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가 발표된 이후 별도 자료를 배포해 평가 내용과 시사점 등을 설명한 것과 달리 미래부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아무런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은 SK군 51.1%,
KT(030200) 35.1%,
LG유플러스(032640) 13.7% 순으로 나타났다. 초고속인터넷 포함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은 KT 50.2%, SK군 31.3%, LG유플러스 18.4% 순이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전체 방송통신 결합상품 중 이동전화 포함 상품 비중은 초고속인터넷 포함 상품 대비 매우 낮아 경쟁제한성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이동전화 포함 결합시장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은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이 불허돼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자료를 두고 각자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KISDI는 "KT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이 유선전화, 유료방송 서비스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해당 서비스 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KT의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점유율이 결합판매 직후인 2007년 5.6%에서 2014년 50.2%까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유선전화 시장 점유율은 90.4%에서 58.3%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동전화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이 여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나, 판단을 위해선 관련 시계열자료의 충분한 축적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합상품 규제 필요성을 판단할 때는 결합 제공의 '경쟁제한' 효과와 가격 할인 등 '경쟁촉진'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가 공개됐지만, 늦은 발표시점과 애매한 평가 유보로 인해 불필요한 잡음을 낳고 있다. 사진/KISDI 홈페이지 캡처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