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탄핵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대법원의 제동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올해 강세를 나타냈던 헤알화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진행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8일 기준 달러·헤알 환율은 전날보다 0.01% 오른 달러당 3.62헤알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약 10% 상승했던 헤알화 가치가 이달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일주일새 6% 하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헤알화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브라질 정국의 긴장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날 브라질 대법원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수석장관직에 대한 효력을 이달 말까지 정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이 사법부에 언제라도 구속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호세프 대통령이 다시 위기에 몰린 것이다.
전날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룰라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못하도록 (룰라를) 수석 장관에 임명한 목적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인사에 개입하고 뇌물을 취득한 혐의를 받아왔다.
정부가 대법원 결정에 항소할 경우 다음 공판은 이달 30일에 다시 열린다. 매번 판결이 뒤집히면서 번번이 탄핵에 실패했지만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브라질 연방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탄핵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의회 개최 시 탄핵 투표는 4월쯤 열릴 예정이다.
호세프의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까지 들끓으면서 혼란은 심화됐다. 19~20일 브라질리아, 상파울로 등 브라질 곳곳에서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논의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라가 17~18일 동안 국민 27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의견이 68%로 나타났다. 지난달 조사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73%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정치적 불안감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으로 이어지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외환 스왑프로그램을 통한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브라질 헤알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급락했던 헤알화 가치가 올해 소폭 반등했지만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차기 대통령의 선출까지 장기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정치적 이슈가 헤알화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헤알 환율이 올해 하반기 달러당 4.45헤알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현재보다 약 20% 량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