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아파트 비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부실해 처음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파트 회계와 관리업체 선정에 대한 기준이 시대에 뒤떨어져 실효성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선량한 주민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결과 전국 아파트 5곳 중 1곳에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됐다.
하지만 주택관리업계에서는 이같은 발표 이면에 관련 제도의 맹점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현금흐름표 미작성(43.9%)', '회계자료 누락(18.2%)' 등의 지적사유 대부분이 아파트 회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관리비를 받아 아파트 살림을 꾸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상장기업 등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 기준에 맞추다 보니 발생한 문제다. 정작 횡령 등 비리와 관련한 지적사유는 '현금 및 통장관련' 항목 2.5%로 비중이 미미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파트 회계에 맞는 기준을 정립해 주민들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외부회계감사 대상 아파트 단지도 무작위로 추출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분쟁과 민원이 많았던 단지를 중심으로 조사돼 통계를 일반화 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가입찰제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적격심사제 또한 가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돼 현실적으로 업체 간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를 보면 입찰가격 30점, 기업신뢰도 30점, 업무수행능력 30점, 사업제안 10점 등 총점 100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기업신뢰도 항목인 신용평가 등급(15점)의 경우 BB 등급 이상인 업체는 모두 만점을 받게 된다. 제일 낮은 C등급 이하 업체도 11점으로 점수 간격이 크지 않다. 일반 기업의 경우 C등급은 정상적인 업체로 취급하지 않는 등급이다.
업무수행능력 항목 중 관리실적(15점)도 10건을 상한기준으로 두고 있어 관리실적이 100건인 업체와 10건인 업체 모두 만점을 받게 된다.
업계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항목들을 제외하면 결국 가격이 주요 선정기준으로 작용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들이 선정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주택관리업은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500개 정도 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워낙 영세한 업체가 많아 정확한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는 "업체별 변별력이 없어져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모든 업체가 비슷한 점수를 받게 된다면 결국 최저가낙찰제와 마찬가지로 입찰가격에서 낙찰자가 결정된다"며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는 등의 고정비 지출이 많은 우수 대형업체들은 불리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가 유리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분양된 아파트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관리의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령을 하거나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하는 경우 주택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돼 주민들은 이를 지킬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최근 아파트 비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서울 삼성동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