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의 샤프 인수 '삐걱'…시선은 다시 삼성으로

폭스콘 요구에 채권단 '난감'…삼성 "계획도, 가능성도 없다"

입력 : 2016-03-24 오후 4:45:5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대만 폭스콘(중국명 홍하이)의 샤프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폭스콘이 샤프의 재무 리스크 등을 문제 삼아 인수가격을 최대 3분의 1가량 낮추려 하면서 최종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거래 결렬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새로운 인수 대상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폭스콘은 당초 6000억엔 이상으로 제시했던 샤프의 인수가 중 출자액 4980억엔을 1000억~2000억엔 줄이겠다고 나섰다. 샤프가 폭스콘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지난달 25일 밤 불거진 3000억엔 규모의 우발채무가 발단이 됐다. 폭스콘은 샤프의 기업 가치가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낮다고 판단해 인수 계약을 미루고 있다. "계약 때 지불키로 한 보증금 1000억엔도 철회하겠다"고 요구한 상태다.
 
2015 회계연도 결산 전 조기에 인수 계약을 매듭지으려는 샤프와 미즈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주거래 은행들은 1000억엔까지는 출자액 감액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폭스콘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최종 인수가격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제시한 3000억엔보다 낮아질 수 있다. 샤프는 이번주 이사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한 고객이 샤프 광고판 사이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이런 가운데 삼성에 정통한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샤프와 폭스콘의 인수 협상이 미뤄지면서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이 다시금 높아졌다"고 전했다. 샤프의 대형 LCD TV 패널을 사용하는 삼성으로서는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담보하는 동시에 폭스콘의 빠른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묘수라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지난주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차 일본을 방문한 사실도 거론하며 "두 회사 사이에 긍정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샤프 인수전에 삼성전자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104억엔(약 1075억원)을 출자해 샤프 지분 3%를 취득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자본 출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진행됐던 터라 업계의 관심은 더 높았다. 폭스콘의 샤프 인수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에는 일본 언론들을 통해 "삼성이 샤프의 사카이 공장 경영권을 취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대형 금융기관 대표들을 만나 샤프를 지원하고 싶은 삼성의 진의를 알아달라 호소했다"는 내용들이 전해졌다. 
 
계속되는 샤프 인수설에 삼성전자 측은 "계획도, 가능성도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는 샤프의 구매자 중 하나일 뿐이고 샤프 지분 취득 역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한 전략적 선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일본행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업무 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샤프 채권단 쪽에서 샤프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삼성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이미 샤프와 폭스콘 두 기업 간의 일임이 자명해졌는데 그 사이에 굳이 끼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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