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외이사 비율 및 규제 확대 법안을 반대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시민단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에도 다수의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전경련의 조사결과는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24일 '사외이사 제도와 기업경영성과 분석' 자료를 통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영성과가 낮은 기업보다 좋지 않다는 실증회귀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말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95개 비금융업 상장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95개 상장사의 평균 등기임원 수는 8명이며, 이중 사외이사 수는 평균 4.7명(59.4%), 사외이사 평균근속기간은 2.8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결과 95개 상장사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1.8%였으며,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59.4%) 이상인 42개 기업의 ROA는 –0.08%,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59.4%) 미만인 53개 기업의 ROA는 3.18%였다. ROA는 기업경영성과 지표로,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는 조사 결과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지난해 OECD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규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며 "19대 국회에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거나 규제대상을 확대하려는 법안이 여러 건 계류된 상황으로, 이렇게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사외이사 풀 확대,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 제고와 발언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경제 시민단체들은 "비논리적"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가 총수와 대주주들을 감시하는 역할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사외이사가 많을수록 경영활동에 저해가 된다는 식의 조사결과는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를 없애자는 주장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미 사외이사 설치 및 의무화 비율이 제도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경영활동에 저해된다는 식의 자료 자체가 이상하다"며 "관련해서 코멘트를 하는 것조차 가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들은 실질적으로 100%의 찬성률을 보이고 있고, 권력기관 출신 인사 등 사외이사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사외이사가 많으면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는 조사결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기업들은 더 많은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경영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사외이사에 대한 현행 제도를 없애라는 식의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터 분석결과 이 같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외이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논의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달라는 수준의 자료"라고 해명했다.
서울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