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부산에서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은 팸플릿 배달을 간 극단과 인연을 맺게 된다. 자신이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는 그렇게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처음 맡은 역할은 작은 비중의 '문상객1' 역이었다. 단 1명의 관객 앞에서 연극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영화계에 진출했고, 데뷔 후 26년이 지난 지금, 국내를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배우 오달수의 이야기다.
◇배우 오달수가 영화 '대배우'의 주연을 맡았다.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오달수가 자신의 인생 스토리가 그대로 녹아 있는 영화 '대배우'로 돌아왔다. 대배우를 꿈꾸는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이 영화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후배 연극 배우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을 하다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다들 그만두거든요. 하지만 연극은 배신하지 않아요. 버티면 무조건 기회는 와요, 백 퍼센트요. 지금 대학로에 60대 연극 배우들이 있어요. 이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배우들이죠. 이분들은 영화든 드라마든 백 퍼센트 다 작품 활동을 하십니다."
그러면서 그는 주위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무명 시절을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 선배는 영화 '올드보이'를 계기로 저를 예쁘게 보셨나 봐요. '올드보이'가 끝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 본인의 회사로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죠. 덕분에 저는 소속사를 갖게 됐어요. 그리고 송강호 선배는 영화 배우로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항상 조언을 해주셨죠. 버는 돈 중 반은 무조건 저축해놓고, 그 다음에 쓰라는 것이 송강호 선배의 이야기였어요."
그렇다면 오달수가 생각하는 '대배우'의 정의는 뭘까. 그는 "내가 대배우라는 말을 듣기에는 한참 멀었고, 지금은 배우라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믿음이 가는 배우가 대배우겠죠. 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사람들이 극장으로 막 달려가는 그런 배우요. 그리고 대배우는 연륜이 묻어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배우들은 연기 속에 철학이 있죠. 요즘 잘나가는 20~30대 배우들을 보고 잘생겼다, 연기 잘한다는 말은 하지만 대배우란 말을 쓰진 않지 않습니까."
개성 넘치는 외모와 연기로 각종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해온 오달수는 '대배우'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다. '도둑들', '국제시장', '암살' 등 1000만명을 넘게 동원한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흥행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손익분기점인 100만 관객만 넘기면 대만족이다. 더 이상 욕심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제 외모요? 아주 잘 생겼죠.(웃음) 개성 있게 생겼다고 다들 그러시는데 저는 저를 거울로 매일 보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은 없습니다. 제 장점이자 단점은 연기를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잘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죠."
그는 이어 "나에게 연기는 일상이다. 연기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철학이나 메시지는 작품 속에 있는 것이죠. 저에게 연기는 일상 생활이고, 삶이에요. 연기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사실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더 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버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