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이란산 원유 도입량이 두 달 연속 급증했다. 국제유가 반등 조짐에 전체 수입량이 늘어난 데다, 이란산 원유의 도입 단가가 다른 중동 국가보다 낮아 도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국내 정유업계의 수급 조정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달 이란으로부터 들여온 원유량은 총 818만4000배럴로 전달(646만7000배럴)보다 27%가량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의 총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13%에서 올해 1월 7.8%로 증가한 데 이어 2월 8.4%로, 오름세다.
이는 국제유가 바닥론에 무게가 실리며 2월 수입량 자체가 전달보다 약 17% 늘어난 데다, 이란산 원유 가격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다른 산유국보다 저렴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월 이란산 원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2만6580달러로 전월(3만3500달러)보다 21%가량 낮아지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2만9070달러)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을 제쳤다.
이란은 지난 1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에 아랑곳없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사정도 좋아졌다.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일찌감치 이란 물량 확대에 나선
SK이노베이션(096770)과 현대오일뱅크의 마진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1월과 2월 536만6000배럴(통관기준)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총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 원유 비중이 10%까지 확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1200~18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는 GS칼텍스 측도 "시설 적합성이나 경제성,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유연성을 보였다. GS칼텍스는 지분 절반을 미국 회사인 쉐브론이 보유하고 있어 그간 이란산 원유 도입에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S-Oil(010950)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 도입에는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정유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공장 옆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