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난주 두 건의 통계지표가 국민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하나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나머지 하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표된 두 건의 자료는 서로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는데,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은 재산이 늘어났다는 내용이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내역 고지 거부 내용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공직자들이 재산을 늘렸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물론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재산 증가를 탓할 수는 없지만 경제 불황으로 서민의 삶이 매년 팍팍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긍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고위공직자 재산 증식의 배경이 대부분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곱지 않은 눈길이 기울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전년보다 2.6% 줄어든 2만7340달러로 집계됐는데, 1인당 GNI가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오른 환율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즉 원화로 소득이 줄어서가 아니라 원화 가치가 내려가는 바람에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이 줄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을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원화 가치 하락 영향이 가장 크다지만 실제 소득은 제자리에, 지출은 첩첩산중 쌓여만 가기 때문이다.
경제가 부진하니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별로 늘지 않는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만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30개국 가운데 오스트리아에 이어 2번째로 빠른 하락세다.
바꿔 말하면 정부, 기업, 가계 부문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의 합인 국내총생산 가운데 가계소득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부를 기업과 정부가 주로 나눠 가졌다는 말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대기업과 고위공직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만큼 표심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붙들어야 한다. 이젠 기업과 고위공직자 뿐만 아니라 국민도 배부를 때가 되지 않았나.
박진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