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평택항과 중국 연태항을 운행하는 화객선에서 금괴와 녹용 등을 밀봉해 바다에 투척했다가 다시 건저올리는 수법으로 총 50억원 상당의 밀수품을 국내에 반입한 기업형 밀수조직이 대거 검거됐다.
인천본부세관(세관장)은 국정원 인천지부와 공조해 밀수조직원 23명을 적발해 이 중 총책 A씨(34세)와 동행책 B씨(39), 수거책 C씨(54세) 등 3명을 관세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또 도주 중인 금괴인수책 D씨(53세) 등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인천세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평택항과 중국 연태항을 주 3회 왕래하는 여객선 F훼리가 서해안 풍도 앞 해상을 지나갈 때 F훼리 사무장 E씨(57) 묵인 하에 미리 F훼리에 탑승하고 있던 밀수조직원 투기조가 금괴 등 밀수품이 담긴 박스를 해상에 투기하고, A씨 등이 탑승한 고속보트와 낚싯배를 이용해 건져 올리는 방법으로 총 19회에 걸쳐 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밀수행각은 영화를 방불케 했다. F훼리호에 탑승한 밀수조직원들은 밀수품이 바닷물에 가라앉지 않게 테이프와 포장용 에어캡 등으로 진공·방수 포장한 뒤 미리 약속된 해상 지점에 던졌고, A씨 등은 고급 레저용 고속보트나 낚싯배로 위장한 선박으로 건져 올려 인근 승봉도로 이동한 뒤 대기하고 있던 운반차량에 옮겨 실은 뒤 평택으로 운반했다가 다시 서울, 대구, 부산 등지로 옮겨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금괴인수책인 D씨는 A씨에게 금괴 밀수를 요청해 운반비로 kg 당 수십만원의 사례비를 건넸으며, F훼리 사무장 E씨는 밀수조직원들을 탑승시키는 한편 밀수품들을 선내에 보관해주는 대가로 밀수행동책 B씨에게 금품을 요구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세관과 국정원 인천지부는 이 같은 수법의 밀수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 1월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려 밀수지역인 풍도와 승봉도, 주범아지트, 배송지 등에 잠복·추적해오다가 지난 23일 수사인력 40여명을 투입해 급습, A씨 일당을 일망타진하고 밀수품을 모두 압수했다.
인천세관은 “밀수수법이 날로 대형조직화·지능화되는 등 기업형 밀수입사건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경 등 관련기관과의 공조수사를 강화하는 한편, 특별수사팀을 수시 운영하여 조직밀수 관련자를 전원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의 국내유입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본부세관이 밀수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비아그라. 사진/인천본부세관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