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과거 한 TV 방송에서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책상 위에 장난감과 스마트폰을 나란히 놓고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는 스마트폰을 향해 달려갔다. 식당 등에서 아이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부모가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어주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이같은 놀이·교육환경의 변화를 더욱 ‘스마트’하게 바꾸고자 하는 업체가 있다. 바로 인터랙티브 스마트 토이를 만드는 ‘아토큐브(ATTO CUBE)’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떨어지기 힘든 것은 화려한 효과에 기인하는 만큼, 아토큐브는 오프라인 장난감이 주는 재미와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효과를 접목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플레이 수단일 뿐 본질은 ‘큐브’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아토큐브는 정육면체의 큐브 9개로 그림과 패턴 등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블록형 장난감이다. 단 9개의 큐브로 23억개에 달하는 패턴을 조합할 수 있고, 큐브 개수가 늘어날수록 무한대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중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친환경 나무로 만든다는 점도 부모를 안심하게 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큐브를 만지고 조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을 키우고, 감각 발달과 인지 능력도 자극할 수 있다. 모바일 앱과 연동하면 패턴 퀴즈 등의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고, 조만간 공간 제약을 한층 해소한 사물인터넷(IoT)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아토큐브는 알파벳, 개구리 등의 쉬운 패턴에서부터 대형 사이즈의 초상화까지 큐브 개수와 이용자 수준에 따라 무제한의 결과물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에 현재는 유치원 교구로서 납품되고 있지만 향후 요양원 등으로의 서비스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아토큐브의 장기적 비전은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레고가 완구 기업을 넘어 하나의 컬처 카테고리를 형성했듯, 아토큐브의 무한 잠재력을 문화적 가치로 파생시키겠다는 포부다. 제조업 스타트업으로서의 초기 난관을 극복하고 아토큐브는 현재 국내외 다양한 소비군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조만간 세상에 태어날 첫 아이 ‘아토(태명)’를 기다리며 설레고 있다는 한상택 아토큐브 대표를 만나봤다.
아토큐브는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있다. 한상택 아토큐브 대표. 사진/아토큐브
-안녕하세요. 회사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토큐브 대표 한상택입니다. 인터넷 플랫폼 회사인 ‘카페24’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4년 3월 아토큐브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신 계기는 뭔가요?
▲이전 직장들에서 마케팅, 제휴, 통합컨설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창업 기회를 살피게 됐고 좋은 아이템을 만나 아토큐브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제조업 스타트업의 난관, 하드웨어 비용 조달
-제조업 스타트업으로서 특히 초기 어려움이 컸을 것 같습니다.
▲창업 후 1년 간 눈물 젖은 빵을 먹었습니다. 해커톤을 찾아 다니면서 팀원을 구했는데요 개발자(현 문성혁 CTO)를 만나고부터 일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2~3개월 후 디자이너까지 합류해 초기 멤버가 구성됐죠.
역시나 하드웨어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초기엔 판매 물량에 확신이 없으니 원가와 소비자가격이 높아지고 자금조달도 쉽지 않았어요. 더더욱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제품 스펙트럼을 좁혀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초기에 목업과 시제품을 뽑는 과정도 난관이 많았는데, 경기창조경조혁신센터에 입주한 뒤로 환경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현재 팀원은 몇 명인가요?
▲현재는 1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제조업을 영위하지만 독특하게 하드웨어, 콘텐츠, 앱 3가지가 융합된 제품을 만들고 있어 업무 영역이 넓은 편입니다.
아토큐브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토큐브
사물인터넷 버전 내년 상용화…“레고 같은 문화 만들 것”
-본격적으로 서비스 얘기를 해보죠. 아토큐브는 어떤 제품인가요?
▲아토큐브는 정육면체 큐브 9개를 갖고 문자, 그림, 도형, 패턴 등을 구현하는 인터랙티브 스마트 토이입니다.
-제품 버전이 오프라인(하드웨어)·온라인(앱)·연동형 3가지라고요.
▲곧 4가지가 될 텐데요, 사물인터넷(IoT) 버전을 내년 어린이날 쯤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기존 연동형은 영상인식이 기반이었으므로 스마트기기에 장착된 카메라가 비추는 한정적 공간에서만 놀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IoT 버전은 큐브 안에 센서를 삽입하고 블루투스로 기기와 연동함으로써, 아이들이 좀 더 떨어진 곳에서 큐브 놀이를 해도 패턴 정보 값을 모바일 기기로 전송받을 수 있고, 스마트TV 등으로 화면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 토이 시장에서 아토큐브가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스마트기기와의 연결성을 늘리고 있지만, 본질은 ‘오프라인 큐브’에 있습니다. 패턴 조합을 통해 아이들이 끊임없이 사고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주려는 가치죠. 제한없이 새로운 패턴을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감각과 인지능력 등을 자극할 수 있고, 이런 데이터가 모일수록 저희 콘텐츠도 풍부해집니다. 친환경 나무로 만들어 믿을 수 있고, 어른들도 즐길 수 있어 서비스 확장성도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아토큐브와 스마트기기를 연동해 패턴을 맞추는 모습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김미연 기자
-경쟁사는 글로벌 완구업체들인가요?
▲최종 경쟁자는 ‘레고’입니다. 블록이나 큐브를 활용한 창의력 교구 시장은 몬테소리, 프뢰벨, 오르다코리아 제품들이 거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레고나 마텔, 해즈브로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속속 IoT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만 저희의 최종 비전은 레고와 같이 장난감 판매 기업을 넘어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콘텐츠 측면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아토큐브는 콘텐츠 확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일단 9개 큐브로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이 23억개에 달하고, 큐브 개수가 늘어날수록 종류는 무한대가 됩니다. 저희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60개월치 콘텐츠는 단계별, 연령별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습니다. IoT 버전 특화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 등을 늘려 아토큐브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아토큐브는 알파벳, 개구리 등의 쉬운 패턴에서부터 대형 사이즈의 초상화까지 큐브 개수와 이용자 수준에 따라 무한한 결과물을 창조해낼 수 있다. 사진/아토큐브
유치원 시장 공략…5월부터 일반 매장 소프트론칭
-아토큐브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요?
▲현재는 일반 매장에 오픈하지 않았고 유치원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제품만 론칭돼 있습니다. 오는 5월5일 정도에 연동버전을 일반 매장에 시범출시(소프트론칭)하고, 늦어도 하반기에는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텐데요, 금형 비용이 많이 들어 판매 수량과 유통 채널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오프라인 제품에서 충분한 가치를 느낀 후에 앱 버전, 연동 버전을 접하게 하고 싶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유치원 납품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저희 제품은 9개 큐브가 한 세트이고, 총 10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습니다. 유치원은 보통 여름·겨울 방학을 빼면 10개월 과정인데요, 매월 다른 색상으로 1인당 하나씩 제품이 지급됩니다. 즉 10개월 후에는 아이가 풀 패키지로 아토큐브를 갖게 되는 것이죠. 교재는 5년치 활용분이 제공되고요, 유치원 정책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연 단위로 계약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의 반응은 어떤가요?
▲유치원 시장 공략이 어려운 이유가 선생님, 원장님, 아이들, 부모님 등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가격대가 있음에도 친환경 소재 장점 덕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유치원 소프트론칭을 시작해 총 네 군데 계약을 맺었습니다. 전국 유치원이 8000여곳이에요. 연말까지 30곳과 추가 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콘텐츠 영재 만들기 상상체험관’ 박람회에서 아이들이 아토큐브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아토큐브
-사업 운영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초기 자본금은 얼마였나요?
▲20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투자유치를 받으셨나요?
▲규모를 공개할 순 없지만 엔젤투자 정도를 받았고, 올해 시리즈A 니즈가 있습니다.
-지난해 ‘인디고고’에서 크라우드펀딩도 받으셨죠. 목표 달성하셨나요?
▲금형비용 정도인 3만달러가 목표였는데 1만6400달러 정도를 달성했습니다. 목표치엔 미달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익모델과 매출 목표가 궁금합니다.
▲유치원 납품이 주 수익원이고, 올해 매출 목표는 12억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유치원 30곳과 계약이 성사되면 자력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요, 이 때는 손익분기점도 달성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기센터 입주해 완성도 ‘UP’…MWC서 글로벌 진출 ‘물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제품 개발과 양산화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3D프린터로 목업을 뽑아본다든가, IoT랩실에서 칩셋을 활용해볼 수 있죠. 인적 네트워킹 구축에도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지난 2월에 KT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 참가하셨죠.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글로벌 완구업체 ‘해즈브로’와 미팅하게 됐고, 현재 긍정적인 내용의 협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스페인 현지 어린이 박물관에 아토큐브를 전시하고 싶다는 요청도 받고 해외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해외 출시 계획도 있으신가요?
▲현지 진출보다는 라이센싱 방식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산아제한이 두명으로 풀리면서 유아시장이 대폭 커졌고, 드라마뿐 아니라 교육, 학습, 완구 등 모든 분야에서 한류 콘텐츠 수요도가 높아 진출 고려 1순위국입니다. 남미 시장에서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접촉 중인 업체가 있고, 유럽 쪽에서도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끝으로 아토큐브의 장기적 목표가 듣고 싶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건강하고 스마트한 장난감으로 브랜딩 포지션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더 장기적으로는 ‘플레이 투게더(Play Together)’라는 기치 아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아토큐브 제품 이미지. 사진/아토큐브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