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권전문가 '개미투자자 돈' 수십억 빼돌려 잠적

페이스북으로 회원모아 유료 밴드에서 특별관리
투자 리포트 조작해 안심 시킨 뒤 투자금 '꿀꺽'

입력 : 2016-04-01 오후 5:08:5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개인 주식투자자들로부터 대신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를 받은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가 투자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1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엠인베스트먼트 대표 마모(35)씨는 전날 투자자들이 맡긴 주식과 현금 31억여원을 모두 찾아 잠적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들만 20여명으로, 앞으로 정확한 피해자들이 확인되면 피해규모는 더욱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씨는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의 한 주식투자 정보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상승 종목을 정확히 찍어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을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자 2015년 6월 ‘주식의 꽃 장양(장양)’이라는 페이스북을 개설했다.

 

마씨는 페이스북 '자양'에서도 여러 상승 종목을 예측했고 회원들에게 유망한 종목을 추천하면서 신망을 얻었다. 그 직후 계정과 같은 이름의 네이버 밴드를 만들어 자신을 두텁게 신뢰하는 회원들을 따로 모았다. 밴드 회원들은 매월 회비 30만원씩을 마씨에게 납입하고 정보를 얻었다. 이렇게 활동한 회원이 100여명에 이른다.

 

마씨는 자신의 신뢰도가 높아지자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위탁을 받았다.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레버리지 기법으로 원금의 5배 이상 주식에 투자할 수 있으니 수익의 절반씩을 나눠갖자며 3개월마다 정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에는 돈 많은 노인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받았다. 이후에는 젊은 층으로 타깃을 옮겨가면서 투자를 권유했다. 나중에는 자신이 서울 논현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투자 사무실의 직원들에게까지 투자를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은 마씨의 말만 믿었다. 투자금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주식으로 건넸는데, 투자금을 받으면 마씨가 알아서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마씨는 투자계좌 화면을 갈무리해 주기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리포트를 보내줬다.

 

그러나 마씨는 거의 정산을 하지 않았다. 정산일이 되어 개인투자자들이 배당을 요구하면 “종목이 한층 상승세이니 조금만 기다리자”며 정산일을 미뤘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계좌내역이라며 50억~100억원이 잔액으로 남은 투자계좌 갈무리 화면을 보내줬다. “내가 개인적으로 자산가들의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투자금이 100억대다. 밴드 회원들 투자는 이들 투자를 하는 김에 같이 하는 것”이라며 생색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씨는 아우디,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차를 수시로 바꿔 끌고 다니면서 밴드나 페이스북 젊은 회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마씨의 투자는 모두 거짓이었다. 투자자들이 보낸 현금은 즉시 자신이 따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 계좌나 여자친구 계좌로 보냈다. 주식으로 받은 투자금은 계좌로 이체 받는 즉시 현금으로 바꿔 역시 자신과 여자친구 계좌로 보내 빼돌렸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보낸 리포트도 본인이 포토샵 등을 이용해 허위로 조작한 것이었다.

 

직원들이나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까지 몰랐다. 회원들이 밴드에 같이 있었지만 마씨는 모든 투자상담과 리포트를 철저히 개별적으로 진행하면서 회원 서로를 차단했다. 직원들도 밴드를 관리하기 위한 극소수의 직원만 밴드창에 들어갈 수 있을 뿐 나머지 직원들은 가입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덜미가 잡혔다. 개인에게 보내야 하는 투자보고용 리포트를 여러 사람에게 보낸 것이다. 밴드 내에서 회원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마씨는 그때까지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직원들 계좌로 보낸 뒤 직원들로 하여금 모두 현금으로 바꿔 자신에게 송금할 것을 지시했다.

 

회원들의 의혹이 고조되자 마씨는 전날 밤 밴드에 “투자 운영을 잘못해 자금이 4억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회원들 수익 내주려고 주가를 조작했다가 걸려서 급히 피신했다. 2주 안에 해결 못하면 죽어서라도 죗값을 치르겠다”는 글을 남기고 밴드와 페이스북을 폐쇄한 뒤 잠적했다. 자신과 여자친구 계좌에 분산 입금됐던 투자금 31억여원을 모두 현금으로 찾고 난 뒤였다.

 

이튿날 오후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2대도 모두 해지했다. 기자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등록되지 않은 번호로 확인됐다. 마씨는 이에 앞서 논현동 사무실도 주인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놨다.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7시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마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그가 이미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자영업자나 주부, 젊은이들이 많다.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자영업을 하는 A(46)씨는 “마씨가 주식투자를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들의 신뢰와 약점을 악용했다"며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억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B(48·여)씨는 "전세를 빼서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게 생겼다"며 가슴을 쳤다.

 

직원들도 모두 피해를 입었다. 마씨는 지난해 7월 사무실을 연 뒤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으나 얼마 뒤 “같이 공부하면서 투자해 수익을 얻자”고 꾀어 급여를 깎았다. 나중에는 주식투자조합을 만들자는 마씨의 말에 속아 수천만원씩을 맡겼다가 모두 사기를 당했다. 

 

A씨 등 현재 피해가 확인된 투자자들은 이날 마씨를 사기 등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가 확정되는 대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A씨는 "밴드 회원 외에 마씨가 개인적으로 따로 모집했던 투자자들도 마씨가 잠적한 사실을 알고 고소를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피해액이 훨씬 더 늘어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달아난 마모(35)씨가 최근까지 운영해 온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 사진/최기철 기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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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