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효진 8퍼센트 대표 "금융 선순환 구조에 기여하고 싶다"

창업자금 100만원으로 시작…1년여 만에 178억원 대출잔액 돌파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마련 시급…중국 사례 되풀이 말아야"

입력 : 2016-04-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8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던 이효진 8퍼센트 대표(33·사진)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8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임신 3개월에 8퍼센트를 창업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갔다. 좋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산후조리원에서도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 결과, 창업자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8퍼센트는 설립 1년여 만인 지난달 말 기준 178억원의 누적대출액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업종은 P2P(Peer to Peer, 개인 간)대출이다. P2P대출이란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 대 개인 간 대출을 알선해주는 핀테크 비즈니스다.
 
그는 대출희망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30% 이상의 고금리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점을 보고 대출자와 투자자 간 상생할 수 있는 8~10%의 중금리 대출을 생각해냈다.
 
8퍼센트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으로 국내에서는 P2P대출업체들이 급속히 생겨나고 있다.
현재는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이하 P2P금융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뽑혀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기존 금융제도권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효진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P2P대출업계의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창업 아이템으로 P2P대출을 선택한 계기
 
2년 전 8년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둔 후 바로 페이스북에 ‘백수클럽’을 만들었다. 은행원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커피숍이나 꽃집 등 자영업까지 살펴봤지만 끌리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미국의 P2P대출을 알게됐을때 “이거다” 싶었다.
 
중금리 대출이라는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P2P대출을 활용하면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지인이 고금리대출로 힘들어하던 것을 목격한 터라 이 아이템이 더욱 끌렸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고금리 대부업에 발을 잘못 디뎠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관련 업체를 보기 위해 미국으로 달려갔다.
 
8년간 은행에 재직했던 점도 계기가 했다.
 
은행에 근무하다보면,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이익을 위해, 또는 시즌 프로모션 달성을 위해 특정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해야 할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출을 성공시킨 사례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뿌듯하게 느낀사례는 무엇인가.
 
30대 초반의 젊은 분이 생각난다. 이 분은 대학생시절 저축은행으로부터 30%대의 대출을 받았다. 그는 이자를 부지런히 갚았으나 창업 실패 후 큰 빚을 진 상태로 IT분야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처남의 부족한 결혼자금을 보태주기 위해 은행 등 1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과거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이력 때문에 얻게 된 낮은 신용도 때문이다.
 
이밖에도 업권 특성상 일시적인 적자를 낸 기업 등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있는데도 1금융권에서 대출신청을 받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단 기간에 빠른 성장을 했는데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일단 젊은 층을 주 고객층으로 해서 적극적인 고객 소통을 진행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젊은 층이 많이 활용하는 매체를 활용하고 대면 미팅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 업권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보니 투자자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50개 이상의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해 리스크 방어를 하고 있다. 원금의 50%를 보장하는 안심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인재 영입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주에도 인재 영입을 위해 경상북도 포항에 다녀왔다. 
 
안정적인 신용평가시스템도 구축했다. 우리가 이용하는 신용평가시스템은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받던 중신용자까지 폭을 넓혀 1~7등급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KCB신용등급, 재직증명서, 소득증빙서를 제출 받아 꼼꼼히 심사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소셜데이터도 추가적으로 참고한다. 과거 대출 중간 심사를 통과한 남성이 있었는데, 온라인상 여성으로 위장한 채 주택을 구하는 경우가 있어 대출에서 탈락시킨 경우도 있었다.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대출채권을 검증한 상세 정보를 어떤 업체보다 자세히 제공한다. 현재 연체이력, 월소득에 정보를 비롯하여 KCB신용등급, 8퍼센트 자체 신용등급, 예측 불량률, 기존 대출 상세 내역, RTI, LTI, 가처분소득, 현 직장 및 근무기간, 대출목적, 만기, 상환방식 등 자세한 내역을 홈페이지에서 투명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출 승인율은 6~8%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P2P대출업체인 렌딩클럽 승인율(9~10%)보다 낮은 수치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 전자결제 금융1위 기업인 KG이니시스 투자와 머스트 홀딩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캡스톤파트너스 등 대형 투자도 지속됐다.
 
-P2P금융협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는데 앞으로 협회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회원사 간 대출 내역을 공유할 계획이다. 1년 만에 P2P대출 시장이 300억원 대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때문에 신생 업체 중 일부는 제대로된 신용평가모델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업체 몇곳이 대출 부실로 부도가 나게 되면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회원사는 대출 내역을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공유하는 것을 회원 가입의 전제로 하고 있다.
 
P2P대출업체를 위한 법률개정도 협회가 주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현재 P2P대출업체는 대부업법 적용을 받는다. 신생 업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유럽의 사례와 같이 적절한 시기에 제도권에 편입되길 희망한다.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P2P채권투자에는 소득세법상 예금이나 채권(15.4%)보다 높은 27.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밖에 협회에서는 ▲금융업과 다른 산업, 학계 등과의 교류 및 사업 제휴 ▲P2P 대출업 및 크라우드펀딩에 관한 입법화 및 제도의 개발과 연구 ▲회원사 간 정보교류 및 교육, 기타 공동의 협력과 대응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수임사업 및 학술 연구용역 ▲기타 핀테크 산업의 진흥과 협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을 핵심 과제로 정했다.
 
◇지난달 17일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정기 회의에서 이효진 8퍼센트 대표(가운데)와 6개 P2P대출 업체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조금이나마 경제 양극화 해결에 기여해 부의 재분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창업 취지에 맞게 앞으로도 합리적인 금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소상공인,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기업이 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연말 예상 취급액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력도 20여명인 지금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다.
 
P2P대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인터넷은행 전문은행인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이효진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와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8퍼센트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적절한 시기에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P2P금융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P2P대출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국과 유럽의 경우 당국의 시기적절한 제도 마련이 큰 몫을 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제도정비 미비로 P2P금융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P2P금융이 금융산업의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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