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업체들도 상당하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해 직접 에틸렌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저유가 수혜를 입고 마진이 크게 증가한 반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품목을 안고 있는 석화업체들은 여전히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주범은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중국이 설비 증설로 자급률을 높이면서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는 이미 업계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도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종합화학,
효성(004800),
태광산업(003240) 등 국내 PTA 생산 업체들은 '누가 먼저 공장을 끌 것인가' 지켜보며 버티는 수밖에 답이 없다. 원료인 PX(파라자일렌) 가격이 수개월째 상승하면서 원가부담도 더 커졌다.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자가소비가 높아 큰 문제가 없지만, PTA 생산능력이 큰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부터 4년 내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태광산업도 자가소비율이 10%에 불과한 데다 AN(아크릴로니트릴), 유안비료 등 다른 주력제품 수급이 좋지 않아 고민이 크다. 2014년 325억원 적자를 냈던 태광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6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2013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태광산업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을 0.43%로 늘릴 정도로 R&D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금호석유(011780)화학 역시 열병합발전 사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하는 합성고무의 수급 악화와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3% 감소한 1639억원에 그쳤다. 주력인 합성고무(BR·SBR 기준)는 현재 중국의 자급률이 80%에 달하는 데다 아시아 지역 수요 대비 BR(부타디엔 러버) 생산능력이 150%에 이르는 등 '제2의 PTA'로 꼽힐 정도로 우려가 크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급률이 올라간 품목이나 합섬원료 위주로 수급이 악화됐다"면서 "중단기적으로는 살아나기 쉽지 않겠지만, PTA의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늘고 있어 업계는 장기적으로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울산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