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박동훈 사장의 취임과 맞물린 SM6 출시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노후화된 기존의 SM3, SM5, SM7, QM5 모델과 앞모습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한 모델로는 시장 변화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4년7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의 후임으로 르노삼성의 첫 한국인 CEO가 됐다.
지난 2013년 르노삼성에 합류한 박 사장은 한국수입차협회장과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등을 성공적으로 역임하면서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끈 박 사장은 8년간 무려 1000% 이상의 판매성장을 이끌면서 ‘폭스바겐 신화’를 쓴 바 있다.
지난 몇 년간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던 르노삼성은 올해 중형 세단 ‘SM6’를 출시하면서 돌풍을 일으키며 명가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SM6의 판매량은 6751대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현대차(005380) 쏘나타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미 사전계약 물량은 2만대가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르노삼성
지난 2013년 르노삼성에 합류한 박 사장은 소형 SUV ‘QM3’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데 이어 중형 세단 ‘SM6’까지 연이어 선보이면서 르노삼성의 빈약한 차종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체로 박 사장이 르노삼성의 재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르노삼성이 신차효과를 통한 일시적 판매성장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이 지속적인 판매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라인업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르노삼성은 준중형 SM3, 중형 SM5, 대형 SM7, SUV Q5 등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갖췄지만, 대부분 노후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신차를 내놓더라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나 연식변경 모델이 전부였다. 지난 3년간 QM3와 SM6를 선보였지만,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 QM5 후속 모델을 8년 만에 출시할 예정이고, MPV(Multi-Purpose Vehicle)인 미니밴 '에스파스' 도입도 르노그룹과도 합의 중이다.
하지만, 에스파스의 경우 수입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QM5 역시 기존 현대차와 기아차(000270)의 탄탄한 SUV 라인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볼륨 차종이 아니라는 점도 시장점유율 확대에 한계로 받아 들여진다.
때문에 르노의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소형차 클리오의 국내 도입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또 낮아진 브랜드 이미지와 내부 구성원의 패배의식도 박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박 사장은 지난 2013년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건넨 첫 마디가 ‘쫄지마’일 정도로 르노삼성 구성원의 사기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낮아진 브랜드 이미지도 고착화되면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브랜드가치 평가사인 브랜드스탁이 실시한 조사에서 르노삼성은 국산차 브랜드 순위 10위에 단 한 차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SM6를 통해 르노삼성이 기반을 다지고, 향후 다양한 차종을 통해 명가재건이 가능하다”면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종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