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지만, 국내 최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003690)는 느긋한 표정이다.
코리안리가 장악하고 있는 손해보험사의 일반보험 시장이 아닌 생명보험사의 재보험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재보험사 퍼시픽라이프리의 한국지점이 지난주 보험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미국계 대형 생명보험사인 퍼시픽라이프의 계열사로, 유럽, 아시아, 호주, 북미 지역에서 재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싱가포르계 재보험사인 아시아캐피털리인슈어런스(ACR·아시아캐피털리)가 국내지점 설립을 신청하고 예비허가를 받았다. 통상 예비허가 2∼3개월 후 본허가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캐피털리도 이르면 다음 달 이후 한국지점을 열고 영업을 할 전망이다.
재보험이란 보험사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른 보험사에 보험을 드는 것이다. 예컨대 보험금 규모가 1000억원인 대형 공장의 경우 보험사 한 곳이 1000억원 전부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보유하고 재보험, 재재보험 등을 통해 다른 보험사와 위험을 나누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재보험시장은 코리안리가 6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글로벌 기업인 뮌헨리, 스위스리, 하노버리, 스코리, RGA 등이 법인 또는 지점 형태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잇따른 외국계 재보험사의 진출로 재보험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코리안리에게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재보험사와 코리안리의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코리안리의 생명보험(국내외 포함) 재보험 비중은 전체 수재보험료(매출) 6조3639억원 중 약 15.7%(1조10억원) 수준이다. 코리안리는 손보사의 일반보험의 비중이 많은 상황이다.
손보사 일반보험 시장에서도 코리안리는 재보험뿐 아니라 재재보험, 재재재보험 계약 시 협상력이 높고 관계 중심의 재보험 성격을 고려해보면 코리안리의 영향은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재보험사들도 세계적으로는 상위권인 회사들이지만 코리안리의 시장을 뺏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재보험의 특성상 한국 시장에서 협상권을 가지고 있는 코리안리를 다른 재보험사들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우리는 일반보험 중심의 영업전략을 가지고 있어 외국계 재보험사들의 시장과는 다르다"며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진출하더라도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재보험사들은 이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의 일반보험이 아닌 생명보험 시장을 보고 진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생명보험 재보험 시장은 미국의 경우 생명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규제와 실적 안정을 위한 경영 수단으로 재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당국이 재보험 납입 보험료의 인정 비율을 50%로 제한하는 등 재보험을 경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 시장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서 생보사들이 재보험을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수단과 상품개발 과정에서 재보험사의 요율을 사용하는 등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외국계 재보험사 관계자는 "앞으로 IFRS 2단계가 도입되면 재보험 기법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수위험에 대한 활발한 재보험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