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보증 규모를 축소한다는 입장을 공식 밝히면서 그동안 종종 내비쳤던 중소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실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유동성을 대폭 증가시키던 것에서 방향을 틀어 중소기업도 출구전략 입구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연말까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한시적인 조치들을 정상화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인 중기 대출 보증 비중을 위기 직전인 6%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며 중기 지원 유동성을 거두겠다고 시사했다.
이는 이미 예고됐던 바다. 정부는 지난 6월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오는 11월까지 4만여 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구전략을 미리 밝히면서 부실 중소기업을 솎아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전체 기업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는 것은 정부나 정치권의 부담이어서 현재까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 중기 대출보증, 언제 얼마나 줄이나
허 차관의 발언대로라면 중소기업 대출 보증 규모는 현재보다 14조원 줄여 50조원 내외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주로 신용보증기금(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지역신용보증기금에서 중소기업 정부 보증대출이 나간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난해 수준(49조원)으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은 만큼 당장 내년부터 대출보증규모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의 입장은 내년 중소기업 신용보증 규모를 보증잔액 기준으로 올해 67조4000억원에서 2조원 내외로 줄이겠다는 것으로 이 같은 안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도 "우선 신용보증규모를 내년 당장 큰 규모로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가되 장기적으로는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발표될 예산·기금운용계획안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보증규모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 2월 정도에 금융위원회가 신보·기보를 상대로 보증규모를 축소해 수정할 수도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12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 확대방안'을 발표해 보증규모를 20조원가량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허 차관에 이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25일 대출 지원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보증기금 수정안이 발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윤 장관은 이날 출구 전략 시 취해질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시장 원칙에 입각해 중소기업에 취해진 대출 만기연장이나 신용보증 같은 조치가 가장 먼저 철회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 올해 말 양해각서(MOU)가 종료되는 시점에 부실기업에 나간 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늘리지 않으면 중소기업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연구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보증지원에 대해 "그동안 대출보증규모를 급격히 늘림으로써 누구나 보증지원을 받게 되어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에 보증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화됐다"며 "이런 조치들을 하나씩 철회해 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