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의당 돌풍 가능할까?

입력 : 2016-04-06 오후 12:59:16
20대 총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세계사적 대전환기다. 거대한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상상으로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가파르다.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알파고가 보여준 충격은 그것의 현실적 가능성을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 다보스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중요 의제로 삼았을 때 이미 세계는 그 혁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번 총선은 알파고가 상징적으로 보여준 충격적인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를 결정하는 선거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사상 최악의 정책실종 선거를 목격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거대 양당의 줄다리기 속에 헌법이 정한 기일을 넘겨 겨우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다. 새누리당의 공천학살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은 정책을 펼쳐놓을 여유마저 앗아갔다.
 
현대사회에서 참정권은 단순히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은 유권자들에게 일상적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선거에 대해 국민들의 알 권리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 살아온 이력 등을 보다 충분하고 상세하게 알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선거의 기본인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학살'이라는 낙인이 찍힌 공천은 후보등록 시한 직전에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알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게 된 셈이다.
 
그 책임을 진 거대 정당은 사과나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차피 300석의 의석은 채워지게 되어 있고, 대체로 거대 여야가 압도적 숫자를 나눠갖게 돼있는 오래된 기득권 패권구조 때문이다.
 
공천 대학살로 온국민의 마음이 일그러져 있을 때 공식 선거전에 들어가자마자 새누리당이 내놓은 홍보물은 ‘김무성 옥새 나르샤’라는 시대착오적 개그였다. 정치가 국민들의 마음과 얼마나 유리돼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선거전략적으로도 그렇다. 옥새는 공천학살의 상징이었다. 그 상징을 들고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것은 전통적인 자당 지지층조차 이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총선사상 희대의 ‘셀프디스’로 기록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 악재에 힘입어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 캠페인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외부로 표현되는 것은 자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여러 세력이 모인 정당 안에서 갈등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적어도 전선에서 자기편을 향해 총질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도전자인 제1야당이 얼싸안고 웃어도 시원찮을 판에 방송에 나와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정치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 야당의 경우, 잘 맞지도 않는 얕은 계산으로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선거전략적으로도 옳은 경우가 많다.
 
제3당의 기치를 내건 국민의당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이런 거대 양당의 패착에 기인한 바 크다. 특히 공천학살의 집중 표적이 됐던 새누리당의 합리적·개혁적 보수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옮겨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한길 등과의 내홍으로 한자리수까지 떨어졌던 국민의당 지지율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은 이번 총선 결과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가 사라지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안철수의 존재감이 부각되면 지지율이 오르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일찌감치 이번 선거를 ‘과거 대 미래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제3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안철수 캐릭터와 부합하는 알파고 모멘텀을 적시에 활용한 것도 지지층 이탈을 막고 새로운 지지층을 유입하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에서 1주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특히 유권자들의 귀소본능, 즉 회귀투표 성향이 어느 정도 폭에서 작동할지도 알 수 없다. 즉 평생 1번이나 2번만 찍던 사람들이 3번을 찍으려 할 때의 낯설음이 얼마나 작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어쨌거나 1당과 2당이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이번 선거 최대의 관전포인트는 역시 제3당의 안착 여부다. 새로운 원내교섭단체가 출현할 것인가, 나아가 정주영의 국민당이 얻었던 31석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3당 체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총선 이후 정치구조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상상을 뛰어넘는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가 적어도 19대 국회와 같은 20대 국회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새누리당 압승인가, 더민주의 수도권 선전인가, 국민의당의 돌풍인가. 국민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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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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