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직원들 1년 월급도 안되는 35억원에 매각

인수 후 수천억원 필요…고금리상품·규제차익 실패가 원인

입력 : 2016-04-07 오전 10:06:19
[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한국 알리안츠생명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35억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된 이유는 앞으로 알리안츠생명에 필요한 자금이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알리안츠생명의 실패 요인을 고금리상품과 규제차익 실패로 보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은 한국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위해 300만달러(35억원)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이 한국 알리안츠생명 직원들의 1년 월급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의 '딜'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애초 매각 가격으로 알려진 3000억원은 안방보험이 인수 후 증자를 할 때 알리안츠생명이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조항을 삭제하고 매각 가격을 35억원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한국 알리안츠생명은 2015년 8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입이익률은 -3.8%며 총자산수익률(ROA)와 자기자본수익률(ROE)도 각각 -0.54%, 8.55%다. 강화되는 재무건전성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이익잉여금도 -88억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년간 지속적해서 돈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알리안츠생명을 고려해보면 수천억원에서 1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강화되는 재무건전성 규제는 많은 이익잉여금이 필요하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상여 등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금액이다. 알리안츠생명은 당장 적정성 평가제도(LAT제도)에 대비 하려면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당장 필요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낼 수 없는 상황이고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운용에 기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독일 본사는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한 것이다. 한국 시장 진출이 후 독일 알리안츠생명은 한국에 1조3000억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배당은 1600억원에 그쳤다. 매각가격이 35억원으로 결정된다면 한국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이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도 독일 알리안츠생명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한국 알리안츠생명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고금리 상품과 규제차익 실패 때문이다. 고금리 상품은 90년대에 영업을 했던 보험사의 모든 문제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규제차익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 알리안츠생명이 실패한 규제차익은 1조에서 2조원으로 추산된다.  
 
규제 차익이란 국가 간이나 금융부문 간 규제 강도와 형태가 다른 것을 이용해 이익을 내기 위한 투자를 말한다. 
 
실제로 외국의 분석가들은 한국을 알리안츠의 약점으로 평가하곤 했다. 파루크 하니프 씨티 연구원은 "한국은 알리안츠 영업에게 실망스러운 예로 간주될 것"이라며 "만약 현지 다른 플레이어(금융회사)가 영업을 했다면 솔벤시II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규제도 덜 받아 엄청난 규제차익을 거둘수 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규제차익이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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