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날개없이 '추락'

90엔 붕괴..로스컷 물량도 쏟아져

입력 : 2009-09-28 오전 10:00:49
[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달러·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며 80엔대에 진입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장중 한 때 88.4엔대까지 하락했다. 오전 9시2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88.97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63엔 내리며 89.60엔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89.51엔까지 떨어져 지난 2월5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90엔 선이 깨지며, 로스컷 물량으로 인해 추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엔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 엔고를 부추기는 요인
 
엔화 강세의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내년 3월까지 현재의 0~0.25%를 유지하고 1조4,500억달러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둘째, 새로 출범한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엔화의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 내수 확대 성장전략을 가속화함에 따라 엔화 강세압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셋째,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의 발언 역시 불타는 엔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24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지이 재무상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일본의 내수 성장이 세계경제에 바람직하며 외환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엔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 또한, 25일(현지시간) 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을 밑돌아도 시장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후지이 재무상은 현재 엔달러 환율 수준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90엔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카키바라 재무관이 후지이 재무상의 발언을 전하며 중앙은행의 개입 우려감이 줄어든 달러·엔 환율은 급격히 치솟았다.
 
◆ 수출기업 '전전긍긍'
 
엔고 현상이 이어지며 일본 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본 수출업체들은 올해 엔화 환율을 달러당 90~95엔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이 90엔대가 붕괴되며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엔고의 영향이 가장 큰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혼다는 1달러당 1엔이 오를 경우 각각 250억엔과 120억 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일본 기업이 상정한 환율보다 엔고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같은 엔고 현상이 일본 수출산업을 압박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달러·엔, 추가 하락 우세 '전망'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ING 캐피털 마켓의 매트 카셀은 "올해 달러·엔 환율이 84엔~85엔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달러·엔 환율이 78엔대 밑으로 하락하기 전까지는 일본 정부의 개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오미쓰이신탁은행의 가와나베 모토 자금부 조사역은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달러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주 중 달러당 88엔대까지 엔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JP모건 런던지점 애널리스트인 토머스 안손지는 "앞으로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87.15엔까지 추가 하락해 1995년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환전문가들 다수가 달러·엔 환율이 계속 90엔선을 하회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1월에 기록한 87.10엔 연중 저점을 의식하면서 89엔 및 88엔 선의 지지력을 시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표 결과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 '예의주시'
 
이번주 금융시장은 목요일(10월1일) 예정된 일본의 3분기 단칸지수와 금요일(10월2일) 예정된 미국의 9월 고용동향 결과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내달 2일 미 노동부의 실업률 발표 결과, 이달에 17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업자 증가 속도가 8월(21만5000명)보다 둔화된 것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면 달러·엔 환율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의 단칸지수는 지난 분기 마이너스 48에서 마이너스 33으로 개선될 전망이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표 결과가 시장을 움직이는 재료가 될 수 있을지 이번주 외환시장은 주식시장의 반응 또한 중요한 재료가 될 듯 보인다.
 
9시52분 현재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엔고 부담에 195.10엔(1.90%) 내린 10,070.88을 기록 중으로 , 1만선 하회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선영 기자 ksycut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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