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미국 달러화의 저점이 어디일까. 최근 미국 달러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47달러대까지 올랐고,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도 0.4% 하락한 76.24를 기록하며, 달러화는 유로화와 주요통화 바스켓에 대해 연중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호주달러나 뉴질랜드 달러같은 고수익 통화들도 달러에 대해 1% 이상 상승했다.
◆ 달러 약세 1차원인은 미 초저금리정책
달러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화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경기 회복세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되며 달러 매도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벤 버냉키 FRB의장의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발언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아직 출구정책이 시기상조임을 거듭 확인하는 등, 당분간 출구전략이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에 한 몫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 약세의 또다른 요인이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며 리스크선호 심리가 확산되는 현상 또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고금리 통화를 매수하는 이유이다.
◆ 달러 대체자산 유가 · 금 '고공비행'
달러 약세는 대체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자금이 달러를 떠나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58달러(2.2%) 오른 72.51달러를 기록했다.
2월 인도분 금 가격도 온스당 13.90달러(1.4%) 상승한 1020.20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023.30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달러캐리 트레이드, 외국인 매수 불러
최근 달러약세 현상이 가속화되자 금리가 낮은 달러를 빌려 해외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도 확산되고 있다. 달러가 그동안 자산거품을 키웠던 엔화를 대신해 캐리 트레이드 대상 통화로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달러 약세는 최근 주변국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약세에 따른 달러캐리 자금이 증시와 채권시장에 유입되며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져, 최근 증시에서는 달러 약세에 따른 자금이동이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 달러 약세 향후 6개월은 지속
문제는 달러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칼리온은행은 "달러화가 앞으로 6개월동안 약세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 약세 전망은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S의 키팅도 "달러가 수직선으로 약세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향후 6~12개월 동안 기조적인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달러 약세는 긍정적인 경기전망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비관적인 경기전망이 재차 고개를 든다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돼 달러는 다시 강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