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④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20년뒤 1조달러 시장

2020년부터 본격 상용화 예상…차량 소유·이용 패러다임 바꾼다

입력 : 2016-04-11 오전 11:25:59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모델T'를 대량생산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개막했다. 이후 자동차는 이동거리 확장의 수단이자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 혹은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이 같은 자동차의 성격이 최근 근본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T기술과 대체 에너지 발전 등에 힘입어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사라지는 자율주행차, 휘발유 대신 전기로 달리는 친환경자동차 등이 자동차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위기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또 우리 생활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4차례로 나눠 살펴본다.(편집자)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지난주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는 주인공이 운전 중 과감하게 조수석에 있는 연인과 키스를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 위험천만한 로맨스를 펼칠 수 있던 것은 차량의 자율주행기능 덕분이었다. 지나친 설정이라는 비난이 있긴 했지만 자율주행기술이 생활 속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오는 2020년경이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 자동차가 처음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이상의 충격과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지난 5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범 운행중인 구글의 자율주행차 모습. 사진/로이터
 
도로 위를 달리는 무인택시를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에서 스핀오프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누토노미(nuTonomy)'는 올해 말 싱가포르에서 무인택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운영 장소는 싱가포르의 첨단업무지구인 원노스(One North)다. 누토노미는 이미 지난달 테스트 운행을 마쳤다. 
 
누토노미의 무인택시는 미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분류한 자율주행의 마지막 단계다. NHTSA는 자율주행 수준을 4단계로 나눴다. 차선이탈경보 등 특정 제어기능이 적용되는 '기능별 자동화'는 1단계다. 2단계에서는 2개 이상의 제어기능이 함께 적용되는 '복합기능 자동화'가 이뤄진다. 차선유지 기능과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동시에 작동해 자율주행하는 식으로 '태양의 후예' 속 그 장면이다. 3단계는 '제한된 자율주행'으로 상황에 따라 사람이 혹은 차량이 운행을 제어한다. 마지막 4단계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다. 사람은 운전대를 잡을 필요 없이 목적지와 주행경로만 입력하면 된다. 
 
2020년 상용화 시작…1900억달러 시장 열려
 
업계 및 전문가들은 4단계 완전자율주행차가 오는 2020년을 전후로 본격 상용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킨지는 올 초 발행한 보고서 '자동차 혁명'에서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등이 적용된 차들이 먼저 보급되고 2020년부터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나 윤리적 문제, 수용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2·3단계 자율주행차가 당분간 완충작용을 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상용화가 시작되면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맥킨지는 오는 2030년 신차 판매량의 15%를 완전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3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차 판매 규모는 50%로 전망됐다. 2040년이면 신차의 90%가 4단계 완전자율주행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의 2013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오는 2020년 1890억달러에서 2035년 1조15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구글이다. 지난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구글은 초기에는 기존 완성차에 센서를 부착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내놨지만 2014년부터는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험 중이다. 아우디와 벤츠, 닛산 등도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세계 곳곳에서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혼다는 가격 장벽을 깨뜨리며 지난달 2만440달러(약 2350만원)짜리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완전자율주행차가 아닌 ADAS 기능이 적용된 자동차지만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자율주행차 대중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달 일반차량을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센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공유하는 '구독서비스' 생길 듯
 
자율주행차 확산에 따른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개인이나 각 가정에서 자율주행차를 '소유'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현재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것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자동차의 활용도는 매우 높아지게 된다. 그 동안은 운전을 하지 못했던 어린이나 장애인, 노년층 등도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침에 아빠가 출근할 때 타고 간 자동차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태우고 학교에 가는 일도 할 수 있게 된다. 개인 혹은 가구 중심의 자동차 구매가 이어지는 모델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현재와 같은 판매 중심의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두번째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차량 공유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상황이다. 필요시마다 차를 호출해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나 우버 등의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기사가 없기 때문에 이용료는 훨씬 낮아지게 된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는 자동차 구매층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신 월별 혹은 연 단위 등으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구독모델이 나타날 전망이다. 서비스 제공자는 자동차 제조사일수도, 별도의 플랫폼 업체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버는 자율주행기술에 적극 투자하며 향후 자율주행차 공유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전망은 후자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차량을 소유해야 한다는 개념은 구식이 되며 공유하는 모델이 훨씬 일반화될 전망"이라면서도 "다양한 모델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의 운송과 관련된 시장은 계속해서 거대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5대 중 4대 사라져
 
도시의 생태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차량 이용도가 높아지고 차량 공유가 확대되면서 궁극적으로 자동차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는 하루 평균 20시간 이상을 주차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달리며 유휴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MIT 연구팀은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뉴욕에서 현재보다 80% 적은 수의 차로 모든 이동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로 위 자동차 5대 중 4대가 사라진다면 환경과 교통, 주차 등 모든 면에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주차장은 효율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고, 자동차 수가 줄어들면서 도로를 유지·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맥킨지는 지난해 발간한 또 다른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의 효율성을 현재의 4배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자동차로 인한 소음이나 환경오염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으로 도로상황을 파악하고 주행하는 만큼 교통체증도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20만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 교통사고 원인의 89%는 운전자 과실이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교통사고 건수가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고가 감소하면서 자동차 보험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자율주행차 확산이 자동차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차량 수 감소와 더불어 자동차 사고감소에 따른 손실규모 감소 및 그에 따른 보험료 인하로 인해 자동차 보험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리적 문제 해결해 '소비자 수용성' 높여야
 
자율주행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기술은 이미 완성단계지만 실제 도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소재를 어떻게 가리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자율주행 모드와 수동주행 모드를 바꾸는 사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과실은 차량에 있는지 운전자에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증가할 수 있다. 윤리적인 논란도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대로 달리면 행인 두명을 치고 핸들을 꺾으면 탑승자 한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사망자의 숫자를 근거로 판단한다면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의 안전을 저버린다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중의 수용성에 있다. 오랫동안 자리해온 운전이라는 여가생활을 기계에 선뜻 맡길 수 있을지, 태생적으로 소프트웨어 오류와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율주행차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은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택배기사 등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감이 예상된다. 맥킨지는 "소비자 수용성이 중요한 걸림돌이 되겠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는 자율주행차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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