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전세계 PC 시장에 드리운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에 우선순위를 빼앗겨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려운 데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교체 수요마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6480만대로 잠정 집계됐다. 6분기 연속 하락으로 분기별 PC 출하량이 6500만대에 못 미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미카코 키타가와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 대비 각국 통화 가치 절하가 계속돼 PC 출하량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의 1분기 PC 출하량이 131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 최근 3년간의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 태평양의 출하량은 5.1% 줄어든 2330만대를 기록했다. 이 밖에 라틴 아메리카 시장이 32.4% 위축되는 등 전세계 주요 지역의 PC 출하량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타카와 연구원은 "미국 PC 출하량의 지속적 감소는 설치 기반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낮은 원유 가격이 라틴 아메리카와 러시아의 경기 위축을 야기했고, 이 지역 국가들은 성장 주도국에서 시장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PC 보급률이 높은 주요 도시에서는 신기술을 앞세워 사용자들의 PC 교체를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PC의 수명 주기가 늘어나고 있는 점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별로는 1248만4000대를 판매한 레노버가 1위를 지켰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18.8%에서 19.3%로 늘었다. 그럼에도 출하량은 7.2% 감소했다. 판매 규모가 14.6% 증가한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줄었다.
2위는 지난해 말 기업용 하드웨어와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는 HP엔터테인먼트를 떼어낸 HP가 차지했다. 이 기간 출하량은 1140만8000대로 9% 감소했다. 주요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저수익 시장에서 탈피하고자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힘을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 뒤로는 델이 이름을 올렸다. 델의 1분기 출하량은 914만5000대로 업계 평균보다 양호한 0.4% 감소에 그쳤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 태평양, 남미 지역에서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선방했다. 미국에서는 HP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