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재확인 된 정권심판과 정권교체의 열망

입력 : 2016-04-14 오후 2:26:44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대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 122석 참패, 더불어민주당 123석 완승, 국민의 당 38석 돌풍, 정의당 6석 침묵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기존 체제와는 전혀 다른 국회 권력이 탄생했다. 최소한 국회차원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견제할 수 있는 국회, 일당 독주가 허용되지 않는 국회, 모든 법안 처리에 대화와 타협, 협상과 절충이 필요한 국회, 야권이 경쟁하는 국회가 탄생했다.

 

새로운 체제는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을 심판하고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다. 새누리당을 과반을 넘는 정당에서 제2당으로 몰락시켜 버렸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가혹할 정도로 심판했다. 그리고 야권이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 등 전국 곳곳에서 승리하도록 만들었다. 야권이 전국에서 골고루 승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공천파동이다. 하지만 국민은 훨씬 이전부터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에 실망하고 있었다. 공천파동은 그 임계점을 넘도록 만든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무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왜곡과 유출, 국정원과 국가기관 선거개입에 대한 은폐 및 수사방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탄압,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이 잇달았다. 마치 과거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급행열차를 탄 느낌이 들 정도로 세상은 후퇴했다. 종북 이데올로기가 정국을 주도했고 편 가르기가 횡행했다. 표현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는 탄압받았다. 공약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대통령 공약으로 폐지한 대검 중수부도 이름을 바꾸어 슬그머니 부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정권은 철저히 무능했다. 국가는 꽃다운 청춘을,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동일한 구조의 동일한 사고가 다시 터졌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참사를 겪고도 정부는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의 실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남북관계마저 파탄냈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요 대화와 협력의 기지였던 개성공단을 폐쇄해버렸다. 이후 남북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고조되었다. 북한 문제는 평화와 통일의 문제다. 전략적인 목적을 가지고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은 이를 관리의 관점이 아니라 대결의 관점에서 보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악화되었고 평화는 위태로워졌고 경제는 타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정은 경제다. 박근혜 정부는 최악의 청년실업율 등 사상 최악의 경제상황을 초래했다. 경제, 그 중에서도 서민 경제는 최악인데도 박근혜 정부는 야당 탓만 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에 올인했다.

 

이러한 실정과 무능, 불통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정권을 심판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정치평론가의 예상보다 더 철저한 심판이었다. 그만큼 국민들은 실망했고 화가 나 있었다. 정부, 여당은 완전히 새롭게 변해야 한다. 사람, 정책, 방식, 태도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더 심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국민의 정권심판 의지는 정권교체 열망으로 이어진다. 국민의 야당 지지는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을 넘어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다. 좁은 지역의 틀을 넘어선 전국정당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정권교체는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이미 국회 내에서는 권력교체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야권이 분열된 것은 아픈 부분이다. 하지만 야권은 분열되었지만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우려했던 야권분열로 인한 고립은 극복되었다.

 

야권은 국회의 권력교체를 정권교체로 발전시킬 의무를 안게 되었다. 국민이 보여준 정권교체 요구를 현실화해야 하는 의무다. 대통령 선거만이 아니라 마을이나 지방 등 모든 단계에서 새로운 인물을 통한 새로운 정책을 실천해 권력의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야권은 외부로는 박근혜 정부와 투쟁하고, 내부로는 혁신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투쟁, 혁신, 연대.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야권을 지지하면서 반대급부로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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