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던 두산이 올 시즌엔 마이클 보우덴이라는 '복덩이'를 얻었다. 3경기 등판에서 3승을 챙긴 보우덴이 시즌 초반 다승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두산은 붙박이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와 더불어 '외국인 듀오'를 구축했다.
보우덴은 지난 17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 보우덴은 총 94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4개를 솎아냈으며 특히 볼넷 2개만을 내주는 완벽한 컨트롤을 선보였다. 두산은 보우덴의 역투에 힘입어 삼성을 6-2로 꺾고 5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보우덴은 평균자책점을 0.45까지 끌어내리며 이 부문에서도 개인 1위를 확고히 했다.
이제까지 드러난 보우덴의 강점은 완벽한 제구력이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치진은 "제구력과 볼 끝이 좋아 쉽게 얻어맞지 않는 공을 갖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설명 그대로 보우덴은 속구 스피드가 148km로 압도적이진 않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밀도 높은 투구로 상대 타선을 잠재우고 있다. 여기에 각도 큰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하는 유연함도 돋보인다. 3경기에서 2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피안타가 11개에 불과하며 볼넷도 4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상대에게 약점만 간파당하지 않는다면 10승 이상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사실 시즌 전 평가에서 보우덴은 그리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시범 경기에서도 3경기에 나서 14이닝간 6실점을 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우덴은 에스밀 로저스(한화)나 헥터 노에시(KIA)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일각에서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지난 시즌 부진으로 일찍 짐을 싼 유네스키 마야나 앤서니 스와잭과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우덴은 개막과 동시에 전혀 다른 구위를 선보이면서 지난 6일 NC전(8이닝 무실점)과 지난 12일 한화전(5이닝 2실점)에서 맹활약해 잇달아 승리를 챙겼다.
보우덴은 두산 입단 당시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맞춰 잡는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며 "타자들에게 공짜로 1루로 걸어나가게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우덴은 시즌 초반 돌풍으로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두산 베어스의 마이클 보우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