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약 3년 전 배우 진구의 팬들은 그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케이크와 함께 "10주년이다. 이제 좀 뜨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보냈다. 팬들은 어떤 작품에서든 호평을 받는 것은 물론 팬들과 막역하게 지내는 진구를 자신들만 사랑하기엔 아까웠던 듯하다.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진구는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로 스타덤에 올랐다.
'태양의 후예'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돌파했다. 회가 진행될수록 화제성은 높아졌으며,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와 제휴를 맺고 동시 방영한 이 드라마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진구. 사진/BH엔터테인먼트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진구에 대한 위상도 달라졌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송송커플'에 못지 않게 진구와 김지원의 '구원커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진중함과 무거움을 유지한 채 때때로 환한 웃음으로 서대영을 표현한 진구의 매력은 여심을 흔들었다. 늘 그래왔듯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는 여전했다. 진구는 서대영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주며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진구의 달라진 위상은 각종 광고와 행사 러브콜로 이어졌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벌써 20여 곳이 넘는 브랜드로부터 광고 제의가 쏟아졌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광고 계약 제의가 넘치고 있으며,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도 그의 인기 순위는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중국 내 인기의 바로미터를 측정할 수 있는 중국 예능의 출연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14일 웨이보와 이이치이는 진구와 중국 팬들이 만나는 행사를 주최했다. 방송 중인 한국드라마의 주인공이 초청을 받은 이벤트는 이례적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진구가 이러한 위상을 차지하기까지는 SBS '올인'으로 데뷔한 이후 13년이 걸렸다. 이미 수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영화 '마더'를 통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지만 스타라는 칭호와는 거리가 있었다. '모비딕', '26년', '트럭' 등에서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표적'에서 틱 장애를 연기하는 등 사나운 성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힘겨운 촬영을 버틴 '명량'은 1800만의 관객수를 동원했지만, 진구만큼은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내공을 쌓았음에도, 대중적인 인지도만큼은 연기력처럼 오르지 못했다. 스타가 되기까지 13년, 작품 내외로 '가시밭길'만 걷던 그가 이제야 스타로 발돋움 한 것이다.
진구. 사진/BH엔터테인먼트
진구의 상승세에 소속사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13년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한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진구가 큰 사랑을 받자 자기 일처럼 환영하는 모습이다.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봐왔던 진구라서, 애정이 다르다. 많은 분들의 사랑에 저희도 기뻐하고 있다"며 "진구는 이번에 크게 사랑받으면서,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을 살피고 있다. 자신의 성공으로 주위를 마음껏 챙길 수 있게 돼 신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영화 '원라인' 촬영이 한창인 진구는 6월 초쯤 촬영이 마무리 되는대로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을 돌며 작품 및 행사를 통해 각국의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를 찾는 곳이 한 둘이 아니라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훌륭한 연기력에 인지도라는 날개를 달은 그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궁금해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