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참패를 두고 이른바 ‘문재인 책임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1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호남 지역민들이 우리 당에 분노를 넘어 증오를 표출했던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대승적 결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 MBN 인터뷰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던 약속을 (문 전 대표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남 순천에서 낙선한 노관규 후보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표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여수·광양을 오셨는데 어떻게 순천만 오지 말라고 하기도 어려웠고, 이것도 제 운명이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반등했으며 접전 중이던 수도권에까지 반향이 일었다며 반박했다. 김광진 의원도 "문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의 호남 방문이 늦게 이뤄지면서 (오히려)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더민주 지지율 반등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은 여론조사 결과와 들어맞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이뤄진 4월 둘째주 광주·전라지역 더민주 지지도는 29.8%로 일주일 전보다 8.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도가 3.4%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청래·이해찬 의원 등에 대한 공천 배제 여파로 지지도가 하락하던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더민주에게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광주·전라지역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7.6%포인트 상승한 23.5%까지 치솟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지지도(26.7%)에 육박한 것도 문재인 책임론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이날 김홍걸 위원장과 1박2일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총선 기간 중 대표와 김 위원장이 호남투어를 하는 과정에서 잡은 사적인 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호남 민심을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민주 비대위는 오는 25일 호남을 찾아 '민심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개호 의원은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며 호남 출신 당선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양인 전남 신안 하의도를 방문해 생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