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틈새시장 '개척자' 격인 생활가전 업체들이 지난해 역성장하며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독자적으로 시장을 창출하며 그 효과를 누렸지만, 후발주자들의 등장과 경기침체 속에 성장세가 둔화됐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휴롬, 레이캅코리아, 리큅 등 중소·중견 생활가전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4년 대비 20%에서 많게는 40%까지 감소했다.
착즙기로 유명한 휴롬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줄어든 2308억원에 그쳤다. 2011년 1716억원, 2012년 2528억원, 2013년 2696억원, 2014년 3103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영업이익도 전년 423억원보다 63% 급감한 157억원에 그치며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달러화 강세로 중국 및 동남아지역 구매 여력이 감소하면서 수출 실적이 크게 줄었다. 특히 상당 부분 매출이 발생하는 중국에서 부진했다. 국내에서도 의존도가 높았던 홈쇼핑 편성이 줄면서 매출액이 감소했다. 수출 회복과 내수 유통채널의 다급화가 과제다.
침구청소기 원조 격인 레이캅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이 109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80~90%로 절대적인 상황에서,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서의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업체 다이슨을 비롯해 파나소닉 등 자국 브랜드들이 유사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식품건조기와 블렌더에 주력하는 리큅은 지난해 매출이 32% 감소했다. 2010년 83억원, 2011년 123억원, 2012년 211억원, 2013년 368억원, 2014년 480억원으로 고속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325억원의 매출로 제동이 걸렸다. 영업이익 역시 29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2003년 국내에 식품건조기를 처음 내놓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중소 생활가전 업체들이 미투전략을 펼치며 시장점유율을 나눠가진 데다, 2013년 가격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RPM 블렌더를 내놨지만 이 역시 국내 중소업체와 외국산 브랜드까지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단일 품목으로 시장을 이끌며 선점효과를 누렸던 이들이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의 미투제품 등장 및 경쟁 과열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제품 혁신과 판매망 다각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 위치한 휴롬 프리미엄 단독매장. 사진/휴롬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