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우징'은 저소득층과 서민층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서는 건설분야 사회적 기업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주거복지연대가 지난 2001년 설립했다. 이후 독립, 건축보수 전문 건설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 2월 예비사회적기업, 2012년 9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취약계층의 집수리와 도배 등 주거환경 개선 사업과 독거노인을 위한 주거공간 만들기는 물론 공기업·서울시·정부가 주관하는 집수리 사업, 쪽방촌 리모델링 프로젝트, 소단위 마을 정비, 쪽방이나 고시원의 주거환경 개선 등 공익적 사업에 참여하며 시장경제 활성화와 사회통합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인, 고령자, 장기 미취업자, 경력단절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매진하는 등 사업성격은 물론 고용, 수익 등의 분야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우리사회 어려운 곳곳에 하우징으로 희망을 전파하는 강혜경 대표를 만났다. 넉넉한 그의 웃음에 담긴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좇았다.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탄생한 '희망하우징'은 1년에 평균 300~400가구의 집수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700가구의 집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2010년 이후 도맡은 집만 2200가구를 훌쩍 넘는다.
희망하우징은 취약계층의 집수리 외에도 소단위마을환경개선사업인 '단비하우스프로젝트', 서울시협력사업 '영등포쪽방촌리모델링프로젝트', 국가R&D연구사업 '고시원, 쪽방 저비용주거환경개선 기술개발 실증추진' 등 공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혜경 희망하우징 대표는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주택 개·보수 등 서민주거 복지사업을 건전하게 경영할 목적으로 설립했다"며 "소외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경 희망하우징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자본금 1000만원에서 연매출 16억원으로 성장
희망하우징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법무사를 통해 등기할 비용조차 없어 인터넷을 뒤져가며 손수 해결했다. 사업 초반에는 취약계층의 집수리뿐 아니라 블라인드 공장 운영, 소독 사업 등도 진행했다. 사업 본질에 매진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자본금 내에서 여러 사업을 운영하려다 보니 이로 인해 나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강 대표는 "블라인드 공장을 지속해서 운영하려면 대지, 기계 대여 비용, 인건비 등 지속적으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이었다"며 "더구나 사업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이끌어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회고했다.
강 대표는 집 수리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정리했다. 잘 할 수 있으면서, 사회적으로도 가장 가치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이후 희망하우징은 도배, 장판, 씽크대, 단열시공, 방수, 보일러, 창호 및 문 교체 등 집수리 사업에 중점을 뒀다.
취약계층의 경우 서울시에서 1가구 당 100만원이 지원되지만 집수리를 하다 보면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빈번했다. 강 대표는 사회공헌의 일념으로 초과비용을 감수하면서 집수리를 진행했다. 또 집수리를 진행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AS까지 책임지는 시공 책임제 원칙 하에 공사를 했다.
그는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차이는 단 하나"라며 "기업이라면 수익을 내는 것이 일차적 목표지만, 사회적기업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등하게 간주한 셈이다.
이 같은 희망하우징만의 방침이 입소문을 타면서 실적도 자연스레 상승했다. 설립 당시인 2010년 매출이 3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 12억원, 지난해에는 16억원을 올렸다. 순이익 또한 매출의 10%로 탄탄한 구조를 갖췄다.
강 대표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철학으로 집수리를 진행하다 보니 외부에서 평이 좋아지면서 일거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며 "좋은 자재를 사용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자본금 1000만원의 희망하우징은 연 매출 16억원의 탄탄한 사회적기업으로 도약했다.
"집은 숨쉬는 공간이자 살아가는 공간"
횟수로 7년째 사업을 꾸려오면서 집에 대한 가치관도 확고해졌다. 강 대표는 집을 '숨 쉬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그는 "20~30년마다 1번씩 도배하는 집에 가면 반지하의 경우 곰팡이가 피어있고, 찌든 냄새도 가득해 들어가기조차 어렵다"며 "또 방 하나에 짐은 3톤씩이나 되는 집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간을 청소하고 새롭게 꾸미면서 집은 거주하는 공간 이전에 사람이 숨을 쉬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 힘으로 무거운 짐을 끄집어낼 수도 없고, 때문에 도배를 새로 하기에도 벅찼지만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아 집이 깨끗해지면서 숨 쉴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숨 쉴 공간은 취약계층에게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살 수 있는 터전이 됐다.
그는 또 "집은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곳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소외계층이 경제적으로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이지, 정신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집수리 사업을 통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방수 시공 전 후의 모습. 사진/희망하우징
"함께하는 직원들은 동반자다"
희망하우징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뿐 아니라 함께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중요시한다. 희망하우징의 구성원은 강 대표를 포함해 장기 미취업자 1명, 경력단절여성 2명, 청년 1명, 고령자 5명 등 모두 10명이다. 최고령 근무자는 67세다.
강 대표는 배움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는 '대학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현재 2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며 "공부라는 것이 일·가정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직원들이 자기개발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취약계층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강 대표는 "매출이 늘면서 장학사업을 계획하게 됐는데 2014년에 처음으로 취약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10가구를 지원했다"며 "사회에서 번 돈 일부를 지역사회와 함께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하우징 직원들이 도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희망하우징
"국내 취약계층 넘어 해외 낙후지역까지"
강 대표는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공익을 우선시해 활기찬 시장경제와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 집수리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히 올해는 단열 시공과 관련된 부분에 힘을 쏟겠다는 목표다.
강 대표는 "취약계층이 가장 살기 힘들 때가 겨울"이라며 "에너지와 관련된 단열 시공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700가구의 집수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들의 사는 곳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더 나아가 해외의 낙후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일 계획이다. 희망하우징은 올해 첫 사업으로 '미얀마 희망의 집짓기' 사업에 동참했다. 쓰러져가는 움막에 7명의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미얀마의 한 가정에 기부금을 기탁하면서 발을 들였다.
그는 "200만원만 있으면 미얀마에 7명의 한 가족이 편안한 공간에서 숨을 쉬며 살 수 있다"며 "낙후 지역에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을 나선다면 작은 힘이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위상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로 취약계층이 조기에 자립 기반을 확보하고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쥐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