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확대된다. 현실은 비참하다. 대상기업 10곳 중 6곳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고, 신규 채용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300개사를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형으로 개편한 기업은 23.7%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기업(46%)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을 모두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지난 2013년 4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연장 시행 후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되레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년연장법 통과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문화했지만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일본은 1970년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1998년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또 1997년 '일정연령대 승급정지'(43.8%), '직책정년제 도입'(37.6%), '일정연령 이후 임금삭감'(32.4%) 등 기업들이 정년연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을 확인한 이후에 제도화함으로써 부작용을 방지했다.
성급히 시행한 정년연장 조치는 기업 경영의 난제가 됐다. 응답기업의 67.3%가 "정년연장제도의 악영향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증가'(53.0%), '신규채용 축소 등 인력운용 애로'(23.7%), '고령근로자 비중 증가에 따른 생산성 저하'(21.7%)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청년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2.3%가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올해 정년연장 대상 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52.0%, 올해엔 대상자가 없는 기업의 경우에는 35.6%가 이에 동의했다.
실제로 종업원수가 500여명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인사담당자는 "올해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15명인데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여서 비자발적 인건비 증가요인이 발생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정년연장 부담까지 겹쳐 올해는 신입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인 중견기업 B사의 인사담당자도 "매년 퇴직 예정인원에 맞춰 신규채용을 해왔고 작년에도 신입직원을 6명 뽑았다. 그러나 올해는 퇴직대상자 6명 모두 정년이 연장돼 신규채용 인원을 절반 수준인 3명으로 축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인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고용의 신진대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구시대적 임금체계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