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확인해줄 내용이 없고, 추가로 해명할 계획도 없다."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인 전국경제인연합이 지난주 내내 되풀이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조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논란이 확대되자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이 벧엘복지재단에 지원한 1억2000만원을 무료급식 등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전경련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된 민간 경제단체로, 그동안 자유시장경제 창달을 목적으로 기업들의 입 역할을 해왔다.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전경련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 '규제완화'만을 반복하며 대립의 중심에 서왔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운 규제 철폐는 이들의 바이블이었으며, 정략적 목적과 빈약한 근거에도 정권은 그 논리를 수용해왔다.
사실, 전경련 무용론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대그룹이 전경련 활동에서 빠지면서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구본무 LG 회장과 김준기 동부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아예 전경련에 등을 돌렸다. 재계의 굵직한 현안을 다루던 회장단회의는 구성원의 저조한 참석으로 운영조차 힘겹다. 산업부 등 정부 지시만을 받는 관변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조차 나오고 있다. 오죽 하면 나서서 회장을 맡는 인사가 없을 정도다.
전경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사외이사 제도와 기업경영성과 분석'은 사외이사 제도 폐지 주장을 위한 근거로 활용됐다. 기업의 투명성과 총수 일가의 전횡에 대한 견제를 최소한 담보하는 사외이사제를 경쟁력 약화라는 황당한 논리로 공격했다. 이달 20일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주요 기업의 인식조사'에서는 동반성장지수 도입의 취지와 상반되는 '절대평가 전환', '우수기업만 발표' 등의 억지스러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경련의 '기업경영헌장 7대 원칙'에는 "기업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국민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나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초석이라 확신한다"는 글귀가 있다. 하지만 대기업 보호를 위해 보수 시민단체를 우회 지원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재벌·대기업 견제 장치들을 깎아내리는 조사결과를 내놓는 모습에서 이같은 전경련의 '확신'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는 전경련의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면, 뒤늦게라도 어버이연합 지원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전경련이야말로 기업에 대한 반감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반기업 전선의 선봉에 서있다. '피아 구분이 안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에도 입을 굳게 다물 것인가.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