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신제품 경쟁, 약일까 독일까

역신장 7년…출혈 경쟁에 영업력 분산될 수도

입력 : 2016-04-25 오후 3:57:39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깊은 침체기에 빠진 국내 위스키 업계가 신제품 잇따라 출시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신제품 경쟁'이 곧 '시장의 부활'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출고량 기준)는 총 174만8000상자(1상자=9)로 전년대비 2.2% 줄었다. 2008년 284만1155상자를 기록한 후 ▲2009년 255만8131상자 ▲2010년 252만2925상자 ▲2011년 240만667상자 ▲2012년 212만2748상자 ▲2013년 185만700상자 ▲2014년 178만7357상자로 7년째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침체기는 장기 불황과 음주문화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주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다양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줄어든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출고량이 줄면서 위스키 시장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6000억원 안팎. 위스키 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에 1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이에 위스키업계는 최근 '신제품 출시'를 자구책으로 꺼내들었다. 
 
토종위스키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낸 골든블루는 최근 국내 위스키 업계 최초로 블렌디드 화이트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를 출시해 20~30대를 타깃으로 공략에 나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세계적으로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나 원액 확보가 어려워 2012년 단종됐던 '조니워커 그린라벨'을 재출시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고객이 직접 위스키 원액 선정에 참여하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거쳐 개발 완료한 위스키를 26일 선보일 예정이다.
 
위스키업계의 신제품 경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됐다. 주류시장의 저도주 열풍이 위스키에도 반영되며 '순한맛'을 표방한 위스키 신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불황에 빠진 위스키 시장의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고, 결국 올해 상반기까지 치열한 신제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려의 시선도 팽배하다. 자칫 경쟁만 심화시키며 영업력 분산만 가져올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주류시장과 달리 위스키 수요는 한정돼 있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설령 잠깐 잘 팔린다고 해도 원조 제품의 판매량은 그로 인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소위 대박 브랜드가 탄생되지 않는 이상 신제품 매출이 고스란히 전체 매출 순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제품 경쟁이 아닌 기존 주력 브랜드의 '잃어버린 영업력 강화'를 되찾는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가 10여 년전만해도 소주를 위협할 정도로 큰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음주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폐쇄적 제품으로 전락했다"며 "거대한 자본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다른 주류 시장에 맞서려면 영업력 강화 중심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골든블루의 '팬텀 더 화이트'(좌)와 디아지오코리아가 재출시한 '조니워커 그린라벨'. (사진제공=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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