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인 메모리 업황 악화로 1분기 부진했던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고 R&D(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다. SK하이닉스는 26일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설비투자 지출이 6조6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감소할 것”이라며 “지출 감소분을 1X(10나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했다. 무엇보다 메모리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 3조6560억원, 영업이익 56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4%,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무려 6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448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인 D램은 전 제품군에 걸쳐 수요가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 시장은 예상보다 저조한 PC 수요로 PC향 D램 가격이 하락했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의 재고 조정으로 서버용 D램 수요도 전분기 대비 둔화됐다”며 “모바일용 D램은 계절적 비수기를 맞이한 가운데 일부 제조사가 재고를 조정하면서 수요가 예전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낸드플래시는 D램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스마트폰 비수기에 PC 출하량도 부진했지만 SSD 채용 추세가 확산됐다. 또 기존의 2D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재고 관리를 한 것도 한몫했다.
1분기 덕을 봤던 환율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00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약 4% 상승했는데 2분기에는 1분기보다 평균 환율이 2~3%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분기별로 3~4% 정도의 환율 변동이 있으면 매출은 1000억원 정도의 변동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 태도를 견지하지 않았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 판매와 함께 3D 낸드플래시의 활약을 점쳤다. 원가 절감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D램의 공급과잉 현상은 수요가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라며 “공급자 측면에서는 반도체 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단일건물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라인인 경기도 이천공장 M14 확장을 통해 3D(수직구조) 낸드플래시 역량을 키운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M14 2층 팹(반도체 생산라인) 공사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라며 “3D 낸드 시장 전개 방향에 따라 공사 일정은 탄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M14는 2Z(20나노 초반대) 중심의 팹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현재 M10으로부터 M14로의 설비 이전이 진행 중"이라며 "2Z 나노가 본격 양산되는 2~3분기에 이전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