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경기민감업종, 부실징후기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 방식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한다. 특히 경영상황이 악화된 조선·해운 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제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상황과 해당 업종의 특성, 관련 법규 등을 감안해 3개 트랙(track)으로 동시 추진된다.
제1트랙은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정부내 협의체가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 채권단은 이를 기초로 자율협약 등의 방식을 통해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5대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됐던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은 여기서 제외됐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불안요인도 사라진 덕분이다.
제2트랙은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 및 개별기업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신용등급 C D에 해당하는 부실징후기업이 그 대상이다. 이 방식은 금감원과 채권단이 주도하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상시 신용평가를 추진하고 문제가 있는 기업은 신속하게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제3트랙은 공급과잉업종 구조조정으로 주무부처의 주도 아래 개별기업이 나서서 스스로 인수합병(M&A), 설비감축, 사업재편 등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
3개 트랙별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먼저 1트랙의 경기민감업종 대상으로 조선, 해운업이 분류됐다. 정부는 대우조선을 상대로 전보다 강도높은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 추가 자구계획도 수립할 방침이다. 현대·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그 집행상황을 관리하게로 했다.
해운업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됐다.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채권자 조건부 자율협약 등 3단계 정상화 작업이 추진된다. 지난 25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에도 현대상선과 같은 원칙과 과정이 적용된다.
2트랙인 주요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과 개별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재무구조취약계열이나 부실징후기업을 가려낸 뒤,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채권단과 합의(MOU·약정 등)를 통한 경영정상화 또는 신속한 정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5월까지 주채무계열 39개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하고 취약우려 계열과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을 체결할 계획이다.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4~7월,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7~10월에 엄격히 실시해 부실징후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3트랙 공급과잉업체는 철강과 석유화학이 선정됐다. 우선 철강산업 전반의 중장기 수급전망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자율적 컨설팅이 실시된다. 정부는 컨설팅 결과, 공급과잉 분야가 있으면 기업활력 제고법 등을 통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업계 차원에서도 경쟁력 진단을 위한 컨설팅이 진행되고, 사업재편이 진행된다.
정부 내 협의체는 철강과 석유화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공급과잉문제가 있는지를 지속해서 체크할 방침이다.
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예정이다. 국책금융기관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협의를 통해 적정 규모의 자본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고용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분류해 따로 지원해주는 방안도 마련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은 경제의 환부를 도려내는 것과 같다"며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 채권단,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부담이 있어야 하며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