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위기는 넘겼지만 산 넘어 산"

건설업종 경기민감업종 제외됐지만 불안 여전
금융기관의 원활한 자금조달 뒷받침이 가장 중요

입력 : 2016-04-26 오후 2:36:33
[뉴스토마토 최승근·성재용기자] 건설업계가 구조조정 칼날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건설업계는 26일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건설업종이 긴급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부실기업이 여전히 늘고 있어 정상화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 주요 경제부처 관계자 다수가 참석했다.
 
지난해 10월 조선·해운과 함께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됐던 건설은 이번 협의체에서 경기민감업종이란 꼬리표를 떼고, 공급과잉업종으로 재분류됐다.
 
이애 대해 대형사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정부도, 업계도 판단했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정부에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부실이 드러난 조선·해운 등과 업종이 다른 만큼 사이클도 다르다"며 "지난 3년간 대형건설사 등 일부는 사업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적 회복 단계에 있는 만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건설업은 지난해 48% 넘게 수주가 급등하며 전체 경영상태에 당분간 불안 요인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사업이 부진했지만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금융위는 특히 뉴스테이 등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달 기준 시공능력 100위권 기업 중 14개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개별 기업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원칙 아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워크아웃 중인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경우 퇴출까지도 검토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대형사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재 자금흐름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건설업종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질 경우 자금조달 등 재무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란 등 해외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파이낸싱 지원이 끊길 경우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건설업 전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 위기는 모면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상위 30위 이내 건설사의 40%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부채비율이 250% 이상으로 나타났다. 100위로 범위를 확대하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있는 기업 그리고 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도 10여곳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의 현 상태가 인위적인 인수합병이나 퇴출 등이 필요한 긴박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건설산업의 정상화까지 갈 길이 먼 만큼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이 이란 등 해외수주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국책은행들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26일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건설업종이 긴급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신축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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