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또 다시 전세대출 한도 상향과 금리인하 카드를 통해 전세입자의 주거비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대출한도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여전히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단기처방에만 치우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 방안'을 통해 신혼부부 등 전세가구에 대한 버팀목 대출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전세가격 상승폭을 감안해 지난 2013년 4월 이후 동결됐던 수도권 대출한도를 2000만원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는 기존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의 경우 수도권에서 대출한도가 1억2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지방은 신혼부부만 기존보다 1000만원 늘어 다자녀 가구와 같은 1억원으로 조정된다.
대출금리도 0.2%p 일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5~3.1% 수준이던 버팀목 대출 금리는 2.3%~1.9%로 낮아진다. 신혼부부는 우대금리를 0.3%p 추가 확대해 최대 0.5%p 할인된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최저 금리는 1.8%까지 낮아지게 된다.
◇전세자금대출 한도 상향 조정이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출금리 인하에 따라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돼 주거비 경감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출한도 인상은 세입자들의 보증금 확보에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여줄 수 있겠지만 결국 전셋값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빠른 월세화에 대한 속도 조절은 없이 오른 전셋값에 대한 지원만 조금 늘린 것이다. 잠시 빚으로 버티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일시적으로 세입자들은 전세시장에 더 머무르려고 하는 경향이 더 커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계속되는 빚을 통한 전세 보증금 마련은 결국 세입자들의 부담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금리 인하 효과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버팀목대출과 함께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해서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우대금리를 0.3%p 상향키로 했다. 최저 금리는 1.6%까지 떨어지게 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던 기조에서 다시 이자를 낮춰줄테니 또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이러한 정부의 엇박자 행보는 결국 주택시장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시장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월세 상한제 등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전세를 얻으라고 하다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더니 다시 빚을 내라는 것은 결국 시장 혼란만 키워 매수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