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호남패배, 지역주의 문제 아니다"

호남 총선평가 토론회…"분화하는 유권자 성격에 맞는 전략 필요"

입력 : 2016-04-28 오후 5:41:00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 전체 28석 중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을 두고 ‘호남이 지역주의의 늪에 빠졌다’는 식의 해석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남 유권자들의 성격이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총선평가’ 토론회에서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의석을 석권했지만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55% 선에 그쳤다”며 “소선거구·다수대표제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결과를 두고 ‘호남에서 지역주의 투표가 이뤄졌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번 선거는 과거 하나의 단위로 인식됐던 호남이 나이와 성별, 직업군 등의 차이에 따라 분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선거에서도 더민주가 고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민주 김성주 의원도 “호남 유권자들은 각 지역의 이익을 위해 투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이정현(순천)·정운천(전주을) 당선자를 예로 든 김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왜 정운천을 뽑아야 하나’고 물어보니, '새누리당이 한 명은 있어야 예산 확보할 때 도움이 된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의 논리를 들이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더민주가 호남 유권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총선 전략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 김 의원은 “호남에서만큼은 ‘야권분열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게 된다’는 더민주의 프레임에 비해 ‘친노 패권주의 척결’을 말한 국민의당 프레임이 강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 오느냐 마느냐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의당의 프레임에 빠져버렸다”라고 분석했다.

 

‘호남홀대론’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남 나주·화순에서 낙선한 신정훈 의원은 “문 전 대표에게 ‘호남으로 가서 민심을 듣고 계란도 맞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호남을 쉽게 호주머니에서 내다 쓸 수 있는 민심으로 파악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끄는 현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강기정 의원은 “이번 선거는 필리버스터로 기세를 잡을 수 있었지만 놓치고 (김 대표) 셀프공천으로 망한 선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호남 패배에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더민주 소속 광주시의원들이 지난 25일 광주에 온 김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전국정당화의 기반을 닦았지만 그렇다고 ‘호남 없이도 집권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강 의원은 “호남 없이도 정권교체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고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지도부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도부·상층부에서의 연대가 아닌 바닥민심을 닦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주 의원은 “중앙당 책임론을 떠나,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 시·도당도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며 “취약한 시·도당 구조와 인력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의당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호남의 단체장과 지방의원 상당수가 더민주에 속해 있지만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국민의당으로 유입이 이어지고 그 결과 내년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지난 25일 광주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당지도부와 광주지역 출마자·단체장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윤장현 광주시장.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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