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비서님, 죄송하지만 냉커피 두 잔만 부탁드려요.”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선자(은평갑)에게서 약간의 수줍음이 느껴졌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 등 많은 문제들과 현장에서 싸운 ‘거리의 변호사’의 평소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19대 국회 회기 내 처리 문제 등 현안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박 당선자는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는 “어떤 자리에서건 해야할 일을 해왔던 것에 익숙하다”며 “당내에서 외로울 수 있겠지만 야당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행복한 의정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선거운동에서 세월호 민간잠수사였던 김관홍씨가 운전기사를 자처하고 희생 학생 아버지들이 인형탈을 쓰며 도왔던 것이 화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김관홍 잠수사, 기타 세월호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이 자원봉사자들로 많이 와줬다. 저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선거를 여러번 치른 분들이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점이 선거본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고 지역구민들로부터도 “박주민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좋은 사람이니 봉사자들이 많이 오겠지”, “기존에 봤던 선거랑 다르네” 등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 지난 20일 더민주 당선자대회에서 “더민주의 힘과 의지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세월호 참사를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세월호특별법 7조는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1월1일을 법 시행일로 간주해 특조위 활동시한을 올 6월까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자를 비롯해 상당수 인사들은 특조위 예산 배정이 지난해 8월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 해석을 통해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다.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을 기점으로 하는데, 법 시행일을 위원회 구성일이라고 볼 수 있나? 정부에서 법 해석을 달리해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해주면 된다. 그게 안 된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문제는 20대 국회 원구성을 마친 후 실질적인 개원 시점이 7월 말, 심지어 8월 초로 예상되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6월30일 활동이 끝나는 특조위 위원들은 다 떠난다. 그럼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람을 다시 뽑고 교육시켜야 하는데 6~7개월 날아간다.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모니터링과 선체조사도 지금 상태로는 안된다. 그래서 법 해석을 다시 빨리 해주던가 19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협의할 문제’라고 말한 것은 총선 민심을 무시한 것이다.
-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내용의 글이 돌고 있다. 박 당선자가 반박하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2014년 돌았던 내용 그대로다. 문제는 조직적이라는 거다. 누군가는 ‘세월호 피로감’을 말하는데 자연스러운 피로감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누군가가 피로감을 조장하는 것으로 본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와 국정원 댓글 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사고와 생각을 조종하려는 시도다. 문제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보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도는 내용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신뢰한다는 점에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보내준 것이기 때문에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세월호 참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지 않나.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이를 감독해야 할 국기기관과 기업의 유착,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권력 눈치를 보는 언론,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수사기관이 권력에 치우친 것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타났다. 이를 바로잡아야 국가가 발전하고 나라가 안전해진다. 이걸 반대하는 글이 도는 것은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돌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민들의 사고를 조작하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발의할 법안은.
1호 법안의 의미를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거냐’라고 묻는다면 답을 못할 것 같다. 1호 법안을 낸다면 중요도가 아니라 시기적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에 가면 ▲은평구 발전, ▲세월호 문제를 포함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전, ▲민주주의 실질화를 위한 정책적 개선 이렇게 세 가지 축으로 활동할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그때그때 찾아갈 것이다.
- ‘세월호 변호사’, ‘거리의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부담이 되지는 않나. 지역구민들 중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는 않다. 세월호 참사나 밀양 송전탑, 쌍용자동차 문제 등으로 피해를 본 분들은 평범한 삶을 살던 서민들이다. 제가 그 분들 옆에 있었기 때문에 ‘서민의 변호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설명드리고 있다. 은평도 서민들 주거비율이 높은 곳이다. 정체되어 있고 힘든 동네인데 지금까지 제가 그런 분들 옆에서 싸워왔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대부분 동의를 해줘서 당선된 것 아니겠나.
- 은평구 발전을 위한 구상이 있다면.
오늘도 지역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대표들을 만나 지역친화적이고 공동체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서울 홍대거리나 전주 한옥마을처럼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콘텐츠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정작 거리를 활성화시킨 주체들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문제(젠트리피케이션)를 막기 위한 협약을 맺고 체계화시키는 방안도 구성하고 있다.
은평구는 불광천, 북한산 등이 있어 자연환경이 좋고 50년 된 옛날 골목들도 살아있는 곳이다. 이 거리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고 체험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도 있다. 서울시 혁신파크 내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들이 있어서 내용은 충분하다고 본다. 지역 숙원사업들도 몇가지 있는데 조기에 시작해 마무리지어야 한다. 주로 개발에 관련된 것인데, 진행하되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방책은 세워야 할 것 같다.
-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도 있겠다.
외로울 것 같다.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건 해야 할 일을 해왔던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 점에 익숙하다. 다만 조직 내에서는 외로웠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면서는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행복했다. 의정활동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당내에서는 외롭지만 야당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입장들이 행복해지는 의정활동을 하려고 한다.
◇박주민 당선자 약력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더민주 박주민 당선자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