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조선업계가 겉으론 진정 국면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박기수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 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3분의 일이 지나도록 제대로된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감원으로 인한 노사 갈등은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8일 5조원 규모의 FLNG 가 취소되면서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당장의 현금 손실은 없지만 올해 125억달러로 세워둔 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앞으로 일감도 감소하게 됐다.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수주잔량 면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정상을 지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782만7000CGT(가치환산톤수)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450만6000CGT, 439만9000CGT로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계는 1~2년간의 일감은 확보한 상태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1~2년 후 업체들의 실적 감소 및 외형축소는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2018년부터 상선 등 발주가 재개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몸집 줄이기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 구조조정에 이어 최근 정부가 조선과 해운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대우조선해양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채권은행을 통해 압박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선봉장으로 나선 현대중공업은 최근 25% 가량을 줄이는 임원인사를 알렸고, 최고 10%에 달하는 일반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오는 2019년까지 3000여명을 줄여간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정부는 추가 구조조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갈등은 표면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에 전가하는 식의 구조조정은 반대한다는 방침이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임단협도 노사갈등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양일간 상경투쟁을 벌였다. 최근 불거진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임직원 동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했다. 오는 11일부터 진행되는 임단협에서 회사 측과 원만한 협의를 보는 것이 쉽지않아 보인다. 나머지 업체들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에 이어 추가 구조조정안은 동의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와 금속노조에서는 대규모 실업사태와 관련한 대정부 요구안을 만들고 있다.
업계 노조 관계자는 관리자급이 많아져버린 조선업계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회사나 정부로부터 안전책을 보장받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의 실직이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자가 차고 넘쳐나도록 방치된 지금의 상황에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하청노동자들이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계약해지 되고 있어 일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라며 "지금 정부의 구조조정은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이 아니라, 우리 산업을 중국에 상납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