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봇물 터지듯 공급되는 신규물량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지방에도 적용되면서 매수심리가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감돌고 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조선업의 몰락도 지방 부동산 침체를 가속화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말 LTV·DTI 규제완화 방안이 1년 연장되면서 심리가 다소 안정된 것이 다행이라는 평가다.
2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1% 하락했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3만9542건으로 2월 대비 26.3% 감소했다. 그동안 지칠 줄 모르고 치솟던 지방 아파트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2009년부터 지방에 각종 혁신도시와 산업도시가 조성되면서 아파트 분양 물량이 꾸준히 증가한 데다 부산, 대구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를 중심으로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그간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수도권 평균의 70%에 육박할 정도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격차가 절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7년 간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평균 51.3% 올랐다. 이중 대구는 66.9%나 뛰었고 광주 54.6%, 부산은 51.8%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등 수도권이 평균 0.9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여기에 최근 조선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거제, 통영 등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임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규 수주가 끊기고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인력까지 구조조정을 통해 줄이다 보니 수많은 근로자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지역 부동산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있는 거제시의 경우 원룸 등 월세 거래는 물론 실직으로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오는 2019년까지 2300여명의 인력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어서 부동산 수요도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거제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 100.1에서 올 3월 99.5로 매달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거제시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0.3% 하락했고, 조선기자재 및 블록조립 등 하청기업들이 몰려 있는 창원시(-0.24%)와 양산시(-0.01%)도 약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해 있는 울산 동구 지역도 0.4% 하락했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정부의 가계대출규제가 지방까지 확대되면서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방 일부 도시의 경우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분양 증가와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많은 공급물량이 예정돼 있어 시장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정부가 추가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말 LTV·DTI 규제 완화를 1년 연장키로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실수요를 중심으로 한 매수심리는 살아있기 때문에 입지 여부에 따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대출 규제 지방 확대와 조선업 침체 여파로 지방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거제 중심지인 고현시가지. 사진/거제시청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