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지난해 i뱅크 컨소시엄의 핵심 참여사였던
기업은행(024110)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재도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약없는 은행법 개정과 핀테크 활용한 상품 등이 상충되면서 이같은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더 이상 인터텟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해 인터넷은행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기업은행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관하던 핵심 관계자와 통화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재진출하는 것보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핀테크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며 "인터넷은행 진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이상규 I뱅크 전 단장이 올해 인터넷은행 재진출을 시사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앞서 이 단장은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에 2~3곳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금융위가 인가 관련 공고를 낸다면 참여할 것"이라며 "기존 참여사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인터넷은행 재진출을 포기한 데에는 불확실한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한몫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 사안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섞이면 '재벌 은행'이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나온 규제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은 10%으로 제한하고 있다에 불과하다. 이 중 의결권 있는 지분은 4%에 불과하다.
이 법은 인터넷은행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다음카카오(카카오뱅크)와 KT(K뱅크) 모두 '산업자본'에 속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도 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부터 줄곧 야당이 이 법의 개정을 반대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여기에 여소야대로 형성된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기업은행이 이미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인터넷은행 재진출을 포기한 이유로 꼽힌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빅데이터와 핀테크를 활용해 무방문·무서류·무담보 신용대출 상품인 'i-ONE 직장인명함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모바일 스크래핑(모바일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기업 '핑거'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됐다.
특히 이 상품은 인터넷은행이 주력하는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핀테크기업과의 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리스크가 있는 인터넷은행을 재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에 재진출 할 경우 현재 협업중인 핀테크기업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재진출을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핀테크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자체 기술력으로 관련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본사. 사진/기업은행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