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공무원 시험을 본 후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침입해 자신의 성적을 조작한 대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송모(26)씨를 야간건조물침입절도·공전자기록등변작·위계공무집행방해 등 8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제주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송씨는 공무원증을 절도한 후 총 5회에 걸쳐 정부서울청사에 칩임하고, 공무원 합격자 관련 파일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송씨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시중 학원에서 제작한 모의고사로 '지역인재 7급 국가공무원' 추천대상자를 선발한다는 것을 알고, 지난 1월1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해당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절도한 혐의다.
송씨는 같은 달 23일 이 학교에서 진행된 추천대상자 선발 시험에서 훔친 모의고사 답안을 그대로 옮겨 적은 후 제출했고, 이에 응시생 23명 중 1등에 해당하는 평균 100점 만점에 81점의 점수를 받아 제주 지역 최종 추천대상자로 선발되는 등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선발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7급 공무원 응시자격을 얻은 송씨는 필기시험 시험지와 답안지도 확보하기 위해 2월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출 복귀하는 의경들 틈에 끼어 후문으로 침입한 후 청사 건물 1층 체력단련장에 들어가 공무원증 1개를 절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송씨는 인사혁신처 사무실 출입문이 잠겨 있어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치지 못한 채 3월5일 필기시험을 봤고, 가채점한 결과 성적이 저조하자 답안지를 조작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다음날 훔친 공무원증으로 다시 청사에 들어가 다른 공무원증 1개를 다시 절도했다.
답안지를 찾지 못한 송씨는 3월24일 답안지 파일을 조작하기 위해 '칼리리룩스 프로그램'이 저장된 USB를 소지하고 다시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했고, 담당자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못해 미수에 그치자 다른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인 '윈도7 부팅 프로그램'을 준비해 이틀 후 다시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왔다.
송씨는 결국 정보통신망 침입에 성공해 자신의 답안지에 입력된 오답 36개 문항을 정답으로, 평균 점수를 '45점'에서 '75점으로', 행정 분야 합격인원을 '66명'에서 '67명'으로, 선발지역을 '14개 시도'에서, '15개 시도' 등으로 각각 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송씨는 답안지와 합격자 관련 파일을 조작한 사실이 발각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일 훔친 공무원증을 제시한 후 로비 안으로 들어가는 등 다시 한 번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체력단련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