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중형 세단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아성은 단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출시 첫 달인 3월, 국민차 쏘나타 보다 많은 양의 SM6를 판매하며 쏘나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야심작 신형 말리부가 지격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사흘 만에 6000대 사전계약을 달성하면서 SM6가 20일만에 달성한 1만7000대와 비교해도 더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신형 말리부에는 1.5와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됐고 뚱뚱한 외관의 틀을 깨고 날렵해진 디자인과 향상된 변속 성능 등 탄탄해진 상품성으로 국산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고 2분기 달아오른 국산 중형 세단 대전에 가세했다. 사진/한국지엠
신형 말리부의 외관은 완전변경 모델답게 대폭 변경됐다. GM의 차세대 중형 세단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동급 최대 수준인 4925mm의 전장을 구현한 신형 말리부는 날렵하게 뻗은 헤드램프와 듀얼 포트 그릴을 통해 쉐보레가 선보이고자 하는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잘 표현했다.
또 쿠페 스타일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높은 출력의 터보 모델과 적절한 궁합을 이뤘다. 이처럼 날렵하고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 적용을 통해 기존 세대 대비 길어진 전장에도 불구, 오히려 차체가 작아진 듯한 느낌을 준다.
내부도 큰 폭의 변화를 거쳤다. 스티어링 휠부터 계기판, 기능 스위치 버튼까지 어느하나 기존 세대와 같은 부분은 없다. 색감이 더해진 운전석 계기판과 정돈된 느낌의 버튼 배치는 쉐보레 차량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던 투박함을 한층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스티어링 휠부터 계기판, 기능 스위치 버튼 등 기존 세대와 비교해 큰 폭의 변화를 이룬 신형 말리부 내부. 사진/한국지엠
또 늘어난 전장을 기반으로 휠베이스 93mm, 2열 시트 레그룸을 33mm 확장하면서 중형세단에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넉넉한 실내공간을 구현했다.
외관만 날렵해진 데 그치지 않았다. 신형 말리부는 늘어난 전장에도 이전 세대 보다 130kg 경량화에 성공했다.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 증가와 경량화에 최적화된 차체 설계 기술을 통해서다.
여기에 4기통 1.5리터, 2.0리터 가솔린 엔진이 더해져 출력만큼은 국산 중형 세단 가운데 확실한 비교 우위에 있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2.0 터보 LTZ 모델로 동급 국산 최대 수준인 253마력의 최대 출력과 36.0kg·m의 최대 토크를 구현했다.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로 향하는 서울-춘천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한적한 낮 시간대 진행된 시승인이라 안정에 주의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올라가는 구간에서 막힘없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을 해도 약간의 터보렉이 느껴질 뿐 빠르게 치고 나가는 데 거침이 없다. 디젤차 특유의 초반 반응을 가솔린 차량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터보엔진 탑재를 통한 가속 성능과 대폭 개선된 변속감은 인상적인 요소다. 사진/한국지엠
이날 주행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변속감이었다. 다소 늦은 변속감은 기존 말리부에 대한 박한 평가에 항상 따라붙던 꼬리표였다. 운전자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던 쉐보레도 볼륨 차종인 말리부에 변속감을 대폭 향상시킨 3세대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차급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밖에 보쉬의 프리미엄 랙타입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듀라라이프 브레이크 로터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조향·제동 시스템을 탑재해 주행 성능에 무게감을 실었다.
그렇다고 주행성능에만 치우치진 않았다. 초고장력 강판 확대 적용과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8개 에어백은 물론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등 안전사양 역시 경쟁 차종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높아진 신형 모델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즉각적 반응으로 이어져 현대차 쏘나타와 르노삼성 SM6를 누르고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신형 말리부는 날렵해진 헤드램프와 전방 그릴 등 큰폭의 외관 변화를 이뤘다. 사진/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