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알파고가 당긴 화살.'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 막 태동한 한국 로보어드바이저를 이렇게 표현했다. 핀테크 확산 시기와 맞물려 지난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알고리즘을 기반한 인공지능(AI) 투자 기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국내에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이 시작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더해지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이 빠르게 출시됐고 로보어드바이저 열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시장에서는 향후 트랙 레코드부터 검증하고 가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자산은 3000억달러에서 오는 2020년 2조2000억달러까지 7배 성장이 관측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출발점인 미국을 비롯해 홍콩, 일본 등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대표 업체로는 쿼터백과 AIM, DNA, 디셈버, 밸류시스템, 파운트 등이 있다. 은행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지난 1월 국민은행이 쿼터백과 제휴해 출시한 '쿼터백 R-1'이다. 이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이미 서비스를 제공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는
NH투자증권(005940)의 'QV 로보 어카운트'로 이는 기존 시스템 분할 매수·매도 서비스인 스마트인베스터를 기반한 것이어서 자산배분 상품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이 4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의 제휴로 상품 라인업을 확장 중이고
현대증권(003450), 한국투자증권 등이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제휴한 자산배분 컨셉의 일임형 랩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삼성증권(016360)의 경우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을 마쳐 상반기 중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기반한 헤지펀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시스템 또는 업체 제휴 방식으로 진행 중이며 알고리즘 기반의 펀드운용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전망은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가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서비스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장을 열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달 4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는 7월 말부터 3개월간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10월 말부터 온라인 자문과 일임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3개월이라는 시간은 로보어드바이저 검증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란 점을 지적하면서도 초기 붐을 이어가기에 기대감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초반 기대와 달리 업자 수익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실망감이 크다. 짧은 운용기간, 제한된 커뮤니케이션 등도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모습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단순히 종목 선정 일임서비스가 되거나 고마진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임보다는 모델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문, 고마진 상품보다는 낮은 수수료의 상품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역사가 1년이 되지 않아 트랙레코드가 짧거나 없다. 과거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실제 경기 침체기가 도래한다면 어떻게 자산배분 모델이 반응할지 모른다"며 "충분 점검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서비스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문서비스의 혁신과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