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생활임금의 전국 확산을 두고 법제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부천 원미갑)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법률(일명 ‘생활임금법’)이 지난해 12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정부와 여당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3월1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만난 3자 회동에서도 박 대통령은 생활임금 법제화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고수했다. 19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선동 의원 역시 생활임금 개념이 모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법안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20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달을 기준으로 생활임금제도를 시행 중인 전국광역·기초자치단체는 61곳이다. 현행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각 지자체는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개별적으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상위법과 충돌을 이유로 조례 제정에 소극적이다.
김 의원을 비롯해 생활임금법 법제화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최저임금법에 생활임금 조항을 만들어 법적근거를 마련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환노위 간사 역시 “향후 지자체들의 생활임금 안정화와 민간 부분으로의 확산을 위한 법제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생활임금법’ 안이 본회의 통과를 못한다면 관련 논의는 20대 국회로 넘어간다. 다행인 것은 새누리당을 비롯해 각 정당들이 앞 다퉈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생활임금제도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당별 20대 총선 공약집을 살펴봐도 세부적인 인상률과 시점은 다르지만 최소 9000원에서 최대 1만원 가량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송주현 정책국장은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은 서로 상승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각각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노동계·경영계·정부가 동등한 입장에서 최소한의 기준선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지자체별 재정여건을 고려해 공공 부분에서 생활임금을 순차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대 국회에는 노동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입성해 생활임금과 관련한 논의가 다시 한 번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출신의 새누리당 임이자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당선인, 수년간 현장에서 기초를 다진 정의당 이정미 당선인 등 여·야 모두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저임금 공약과 함께 점진적인 생활임금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지자체별 생활임금 적용과 이를 통한 민간기업으로의 확산을, 정의당은 생활임금 확산을 위한 법제화로 생활임금조례 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생활임금 도입은 가계소득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성장정책"이라며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최저임금 인상인데 결국 생활임금제도가 최저임금인상을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25곳 중 18위”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 생활임금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 수행 중이던 지난해 7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생활임금제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생활임금제 시행 지자체 진행현황판에 꽃을 달고있다. 사진/뉴스1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