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조선·해운업 등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자본 확충 이전에 고강도 쇄신안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나 국책은행에서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반납이나 재취업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위기 상황 때마다 꺼내드는 면피용 카드라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산은과 수은 등 9개 금융공공기관장을 불러 모아 '제3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었다. 지지부진한 성과주의 즉, 성과 연봉제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특히 산은과 수은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은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할 이들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첫 회의를 연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는 '국책 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 등 국민 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는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 협의체 회의에서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쇄신안을 병행해야한다는 입장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임종룡 위원장은 성과 연봉제 도입이 국책은행에 요구되는 철저한 자구계획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성과 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달을 성과연봉제 도입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지만 산은이나 수은은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두 국책 은행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국책 은행 성과주의는 국가 기간산업 부실화 원인인 관치 금융 폐해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 사항이라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들이 내놓는 자구안과 관련해서는 임직원의 임금반납 등의 내용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기 앞서 스스로 방만경영에 대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산은의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는 지난해 9435만원으로 1년 전보다 460만원(5.1%) 올랐다. 수은 역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9241만8000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앞서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도 수출입은행에 1조원을 현물출자하면서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경영진 임금 5% 삭감과 전 직원 올해 임금인상분 반납의 자구안을 받아냈다.
하지만 임금 반납안은 여론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외부적인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내놓는 해법이 바로 임금 반납이다. 지난해 말 산은은 팀장 이상 직원들의 임금인상분을 전액 반납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도 세금과 기부금 등을 제외한 기본급을 전액 반납했다.
또한 어차피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내년 인건비를 동결하기로 했다.
공기업의 경우 오는 6월 말까지, 준정부기관은 올 연말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총인건비가 동결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인건비 동결은 사실상 연봉 삭감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산은 관계자는 "작년 말 임금을 깎았기 때문에 쇄신안에는 경비절감이나 임금반납 등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며 "지금 기업 구조조정 부실 요인으로 꼽히는 낙하산 지적을 받아 들여 산은 출신들이 퇴직후 자회사로 내려가는 관행들을 없애는 안이 할수 있는 선에서 가장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 "성과 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