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사람)"책은 문화…'바른 유통' 통해 제값 주고 누려야"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 "지역서점, 대형 중고서점 못 당해"

입력 : 2016-05-11 오전 10:43:21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골목에서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20년전 5378곳에 달했던 지역서점은 이제 고작 1559곳만 남았다. 개정 도서정가제 등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숨통이 트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국 서점을 대표하는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 출판사의 도서공급률 차별 철폐, 공공기관의 지역서점 도서납품 의무화, 대형 중고서점과의 상생방안 법제화" 등의 시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들이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실제적으로 추진되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 사진/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서련이 최근 선보인 '서점온'도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지역서점 포털사이트다. 포털사이트와 서점 포스(POS)를 연계해 지역서점의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서점들도 서점온을 통해 출판사의 신간 및 출고지역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도서를 문의·매입할 수 있다. 
 
"통합 포스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요청한 사업입니다. 독자-서점-출판사가 서로 도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를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는 1차 사업을 진행 중으로 67곳의 서점이 참여하고 있지만 2차 사업에서는 100곳 이상으로, 3차 사업에서는 25~30평 이상인 서점을 모두 연동할 계획입니다. 나중에는 서점온을 통해 도서 예약이나 주문, 배달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시행하려고 합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면 할인해주는 문화융성카드의 적용 범위나 할인 한도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체로 전국 시중은행 20여곳의 행장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협조요청을 했습니다. 지금은 체크카드만 발급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신용카드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문화융성카드에 적립되는 기금은 노벨문학상 후원금으로 사용하자는 제안도 했어요. 월 최대 2만원인 할인한도를 확대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서점온이나 문화융성카드 같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도서정가제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규제가 강화돼서 대형서점들이 제도 외적인 방편으로 도서정가제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도록 '완전 도서정가제'로의 법제화가 추진돼야 합니다. 소비자적 입장에서 완전 도서정가제가 어렵다면 10% 할인 한도 안에 물류비용 절감을 포함한 모든 할인비용을 넣어야 합니다(현재 할인·적립을 통합한 한도는 15%고 물류비용 절감분은 이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출판사의 도서 공급률 차별 철폐, 중소서점 신용카드 수수료 1.5% 수준 인하, 대형서점의 지방 진출 규제 및 영업시간 제한, 공공기관의 지역서점 도서납품 의무화 등의 방안이 실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번지고 있는 대형 서점의 중고서점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경계감과 우려감을 표했다. 현재 일반 서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지만 중고서점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종등록 코드가 '고물상'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도 물론 적용받지 않는다. 
 
"당연히 지역서점은 물량과 가격경쟁력으로 공세하는 프랜차이즈형 대형 중고서점을 당해 낼 재간이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책과 멀어진 독자들을 오프라인 서점으로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이라 제시하지만 이로 인해 출판물 종수가 줄어들고 신간 및 베스트셀러의 재출간 기회마저 사라지는 등 문제가 야기될 것입니다. 출판시장 축소로 결국엔 독자들이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없게 되고 출판 및 유통, 지역서점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봅니다. (대형 중고서점에서) 유통할 수 있는 책을 발간 이후 1년6개월이 지난 책 등으로 제한하는 규제 등이 필요합니다."
 
'유네스코 세계 책의 날'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 열린 '책 나눔 행사'에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오른쪽)이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등과 함께 참여했다. 사진/문체부
 
그가 생각하는 지역서점의 매력, 지역서점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박 회장은 "골목책방은 사랑방"이라고 말했다. "골목을 지키는 것이 골목상권인데 여기에 문화가 아닌 것이 들어선다면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는 골목이 되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골목서점 사장이 대필도 해주고 어린이 길라잡이도 해줬어요. 골목서점에서 아이들이 좋은 글을 한 줄이라도 더 읽어서 인성공부가 된다면 훌륭한 교육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도서정가제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책은 문화입니다. 제 값을 줘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바른 유통을 통해 바른 책을 사서 봐야합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책값의 거품이 빠집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책값이 평균 4.7% 내렸습니다.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거품이 더 빠지니 판매가격은 더 내려갈 것입니다. 예전에는 거품이 더 컸던 만큼 책을 할인받는 것 같지만 실상은 비싼 값에 사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진실된 값, 착한 가격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꼭 완전 도서정가제가 도입돼야 합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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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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