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만큼은 임대주택이 조성되면 안 된다는 이기주의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주거약자를 위한 임대주태기 도심에 들어서면 주변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행복주택 조성에 대한 사전협의를 충분히 진행한 만큼 지구 지정 취소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과 같은 임대주택이 주민 공생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 라고 지적한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역과 서초 성뒤마을, 경기 고양 장항지구 등에 행복주택 1만3000가구를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거나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에 건설되는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행복주택 공급계획이 발표되자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일산에 거주하는 김모(41·여)씨는 "개발 얘기만 많았을 뿐 장기간 표류하던 장항동 일대가 정부 주도로 개발되는 것은 일정 부분 찬성한다"면서도 "이 부지의 경우 얼마 남지 않은 노른자위 땅 가운데 한 곳인데 왜 하필 행복주택이 절반이나 들어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시청이나 구청,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등으로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한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지구지정 공람 이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주민들이 상당했다"며 "구체적인 개발 계획 등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등 사전 조율을 철저히 한 만큼 과거 목동처럼 시범지구 지정 이후 취소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지구 지정 당시에는 서울시와의 협의는 진행했지만 법적으로 비밀유지에 대한 사항이 있어 기초자치단체와는 사전 협의를 거치지 못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후보지선정협의회를 통해 지자체와 다방면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지자체에서 다양한 자족시설 확충 등에 대한 주민 설득을 거칠 것이며, 지구 취소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행복주택 반대는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고 있다. 임대주택을 기피대상으로 여기고 공생의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며 "아파트만 덩그러니 들어서던 과거 임대주택과 달리 행복주택에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도 들어서는 만큼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고양시는 지난 10일 '고양 장항 공공주택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사업을 통해 장항동 일대에 행복주택 55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국토교통부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